빠져도 너무 빠졌다… 코스피, 금융위기 때만큼 저평가

      2024.08.05 18:19   수정 : 2024.08.05 18:19기사원문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최악의 하루를 맞이했다. 드러난 악재보다 시장이 더욱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증권가도 반등을 확신하기보다 신중하게 향방을 가늠하는 분위기다. 과도한 낙폭으로 밸류에이션은 저점에 다다른 가운데 반전의 실마리는 추가 경제지표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악의 하루'… 증권가도 '신중'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기존 2650~3150에서 2400~2950으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 둔화 공포가 드리운 가운데 중동 확전 가능성과 미국 대선 등 지정학 이벤트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이유다.


이날 국내 증시가 무섭게 급락하면서 증권사들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향방을 가늠하는 분위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며 '패닉' 상태를 보였다. 지난 금융위기나 닷컴버블, 코로나 팬데믹 수준의 낙폭을 뛰어넘었다.

증권가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와 경기 침체 공포,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 등의 악재로 이같은 폭락은 과도하다 평가하면서도 반등을 위해서는 추가 경제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14일 발표될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부터 생산자물가지수(PPI), 소매판매 등의 지표를 보면서 반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FICC리서치부장은 "경기 침체 공포가 수급 악화로 이어지며 시장이 파랗게 물들었다"며 "공포심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언제 꺾일지 등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주와 다음주에 발표되는 경제 지표 결과들을 확인하면서 변화의 트리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 수준은 웬만한 악재를 다 반영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시기"라며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팬데믹으로 돌아간 코스피 밸류

연이은 폭락으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질대로 낮아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시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를 밑돌았다. 지난 2022년 7월 수준으로 극도의 저평가 수준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코스피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낙폭이라는 지적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난 6월 말 281원에서 지난 2일 303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정이 과하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의 밸류에이션 상황이 과거 사례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선행 PER이 9배를 하회했던 시기는 금융위기(2008년), 유럽 재정위기(2012~2014년), 미중 무역분쟁(2018년), 코로나 팬데믹(2020년), 고강도 긴축(2022년) 등 위기가 발생했던 소수의 사례에 불과했다. 특히 당시에는 코스피 선행 영업이익이 급격한 하락 추세로 접어드는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황은 공포 심리가 지나치게 드리워졌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선행 PER은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 3월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경기 침체, AI 버블 등 투자자들의 우려를 이해하더라도 팬데믹 위기 때와 유사하게 반응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짚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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