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 '불응시 檢수사' 압박한 금융위, 왜 그랬나

      2024.08.08 06:00   수정 : 2024.08.08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금융위원회 간부가 유통 및 게임 업체들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대해 "일괄 정리해 검찰로 보내면 된다"고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사와 게임사들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적용하려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록을 해야하는 해당 시행령 개정안 이행을 압박한 것이다.

티몬과 같은 기존 PG사도 관리하지 못했던 금융당국이 오히려 불응시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책 없이 PG사만 늘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위는 최소한의 감독 범위는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본지가 입수한 금융위와 관련 협회 관계자들과의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 간담회' 회의록에 따르면, 금융위 A과장은 지난 7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인터넷기업협회·게임산업협회·온라인쇼핑협회·핀테크산업협회·교통카드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관계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금융당국이 PG 등록 의무화로 거래 안정성을 강화하려 했으나, 제대로 된 규제 가이드라인 없이 PG 등록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 외에도 금융당국의 고압적인 관행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업체에 "저희가 지금 양보하고 있다"

금융위가 입법 예고한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페이 등 페이사(전자금융업자)들은 PG업에 등록한 기업과 서비스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 골자다. 즉, 편의점과 백화점, 영화관에서나 게임을 할 때 간편결제를 하려면 해당 유통기업과 엔터기업, 게임사들은 PG업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PG업 등록을 하지 않고 페이 서비스를 적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 체제에서 PG업 등록을 하면 유통사와 게임사들은 인프라와 인터넷 망분리 등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는 것을 비롯해 비용 등 여러 부담이 커져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에 상당수 백화점과 편의점 본사들은 페이사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어, 자칫 편의점이나 백화점에서 간편결제를 못할 수 있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금융위 A과장은 참석한 협회 관계자들의 이견 제기에 "솔직히 말하면 왜 이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진짜 이해가 안되는게 많은 플랫폼사들이 PG가 뭔지를 모르고 영업을 해왔다"고 타박했다.

A과장은 "플랫폼사 중에서 무슨 명목만 무슨무슨 페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안 된다"면서 "만약 진짜 등록해야 되는 거냐고 물으시면 제가 일괄 정리해서 (PG 등록 안한 곳은) 검찰로 보내면 된다"고 말해, 시행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수사받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A과장은 "지금 검찰에 저희가 고발 안 하는 것만 (PG 등록을) 해달라"면서 "저희가 지금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압박을 이어갔다.

아울러 A과장은 "짝퉁을 쓰지 말고 정품 쓰라고 하는 것인데 그게 과도한 것인지는 저희는 모르겠다"면서 "너무 그러면 저희도 어쩔 수 없다"고 절충점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A과장은 통화에서 "직접적으로 검찰조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현행 전금법상 PG 등록을 안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저희가 PG등록을 시키려고 한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A과장은 "PG 등록을 했는데 관리감독을 못했다면 금융당국 책임이지만, 최소한 감독 범위 내에는 들어와야 한다"면서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라 하는데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현행법상으로도 PG사 등록 의무가 있는데 안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서도 "금융위가 좀 오버한 듯"

금융위에서의 해당 간담회에 대해 여권에선 규제당국의 고압적인 관행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티몬이 PG사였으나 관리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아 이번 사태가 터졌는데, 간편결제 적용시 PG 등록 의무화로 200여개 안팎이 될 PG사에 대한 관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그 많은 PG사들을 다 볼 수가 없다.
기준 자체도 애매하다"면서 "티몬만 해도 PG사였는데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하나하나 조사하기 힘들텐데, 아마 초장에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일손을 덜어보고자 금융위가 오버한 듯 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있음에도 검찰 수사 관련 언급으로 형사처벌 가능성을 부각시킨 것은 평소 고압적인 규제당국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여권 일각에선 보고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조사권이 있어 기업 입장에선 금융위나 금감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이런 식의 검찰 얘기를 언급했다면 좋은 의미로 보여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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