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채무조정 신청자 10만명 육박..고령층서 17.6%↑

      2024.08.15 15:31   수정 : 2024.08.15 18: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후 상환이 어려워져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개인이 올들어 1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때부터 쌓인 ‘대출 청구서’가 들이닥치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채무조정 신청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2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이후 소득 창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추가 대출에 기대는 고령 자영업자의 채무 부실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9.5만명 채무조정 신청..역대급 기록
15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채무조정 제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무조정 제도 신청자 수는 9만5520명으로 집계됐다.

채무조정 제도 신청자 수는 2018년 10만6808명, 2019년 11만9437명, 2020년 12만8754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다가 2021년 12만7147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2년 13만8344명, 2023년 18만5143명으로 급증했다. 신복위 관계자는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채무조정 신청자 수가 19만~20만명에 달해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복위가 운영하고 있는 채무조정은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 채무조정(1개월 미만), 사전 채무조정(1~3개월 미만), 개인 워크아웃(3개월 이상) 3가지로 나뉜다. 신속 및 사전 채무조정은 이자율 조정을 통한 연체 이자 감면을, 개인워크아웃은 최대 70%까지 원금 탕감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올들어 자영업자와 단기 연체자의 채무조정 신청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는 신속채무조정 신청자 수가 급증한 것과 연관된다. 올해 상반기 신속채무조정 신청자는 2만4778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워크아웃(5만2067명)이 3.5% 늘어났고 사전채무조정(1만8675명)은 8.6%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연체전 채무조정 제도'로 불리는 신속채무조정은 빚을 정상적으로 갚고 있더라도 연체가 예상되고, 연체한 후 30일이 되지 않았다면 신복위 상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속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할 경우 은행·카드사 등 금융기관에 제공되는 단기연체정보가 집중되지 않아 신용회복에 유리하다.

■60대 이상 고령층 채무조정 신청 급증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채무조정 신청자가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60대 이상 채무조정 신청자는 1만4904명으로 전년동기보다 17.6% 늘었다. 40대(2만7067명)와 50대(2만2684명)도 1년 전보다 각각 3.1%, 10.5% 신청자가 늘었다. 반면 20대(1만595명)와 30대(2만84명)는 전년동기보다 각각 16.9%, 3.3% 감소했다.

60대 이상에서 채무조정 신청자가 급증한 것은 폐업 이후 소득을 창출할 만한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추가 대출을 통해 사업을 유지하는 고령층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제출받은 NICE평가정보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60대 이상 채무불이행 자영업자 수는 1만4243명으로 전분기 대비 21.1% 늘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20%대 증가세다.


민병덕 의원은 "빚을 못 갚는 금융 취약계층이 급증한 것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알려주는 지표"라며 "전 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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