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中 전기차 여파로 유가 68달러로 떨어진다"
2024.08.24 02:13
수정 : 2024.08.24 02:13기사원문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에서 전기차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내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68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2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 석유전략 책임자 단 스트루이벤은 중국의 올 상반기 석유 수요가 하루 20만배럴 증가해 2016~2019년 상반기 상승률 평균치인 하루 60만배럴의 3분의 1 증가에 그쳤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중국 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중국의 내년 석유 수요가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68달러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중국 수요 둔화 전망이 지정학 불안 압도
국제 유가는 올해 오르내림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다.
특히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 직전까지 갔던 지난 4월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 브렌트는 13.4% 하락했다.
올해 전체로 봐도 브렌트는 1.9% 상승에 그쳤고, WTI도 상승률이 3.8%에 불과하다.
경기 둔화 우려 등 주로 중국발 악재가 유가 오름세 발목을 잡았다.
중국의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상승 요인을 압도한 것이다.
전기차가 배경
스트루이벤에 따르면 중국의 올여름 석유 수요는 실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외려 줄었다.
골드만의 평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강세론자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올해 중국 석유 수요 전망을 낮췄다. 유가가 오르면 10월에는 증산에 나서기로 했던 OPEC 회원국들의 약속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트루이벤은 중국 석유 수요 둔화 배경이 급속한 전기차, 액화천연가스(LNG)트럭 확산이라고 지적했다.
또 팬데믹 이후 폭증했던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중국의 석유화학 수요가 정상 수준을 되찾은 것 역시 수요 둔화 배경으로 꼽힌다.
스트루이벤은 CNBC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와 급속한 전기차 보급 확산이 중국 석유 수요 둔화를 부를 것으로 예상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경유에서 LNG로 이렇게 (빨리) 전환하고, 석화 수요가 다소 급격하게 정상화하면서 일부 둔화세는 예상치 못하게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석유 시장 기둥 약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BofA의 프랜시스코 블랑슈는 16일 분석 노트에서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석유 시장 성장의 기둥 역할을 해왔지만 이런 성장 스토리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랑슈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2위 경제국,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되면서 2000년 하루 460만배럴이던 석유 수요가 지금은 하루 1680만배럴로 늘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끝없는 석유 탐닉의 시대는 중국의 수요 둔화 속에 저물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신차 판매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차를 앞질렀다.
차량용 석유 수요 감소
골드만과 BofA 모두 전기·하이브리드를 지칭하는 이른바 신에너지차량(NEV)이 현재 중국 신차 판매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골드만에 따르면 NEV 확산 여파로 올 상반기 줄어든 중국의 석유 수요 규모가 하루 50만배럴에 이른다. LNG 트럭은 석유 수요를 하루 70만배럴 줄인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은 그 결과 내년에 중국의 차량용 석유 수요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수십년 앞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차량용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석유 수요가 올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말에는 브렌트가 배럴당 6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골드만은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