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드러눕고 보자" 車보험 누수 막으려면? 공학적 근거 활용돼야
2024.08.25 11:59
수정 : 2024.08.25 11:59기사원문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보험금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사고의 충격 정도 판단에 있어 공학적 근거가 활용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상자 진료비의 과도한 증가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첫 회의를 열고 자동차보험 치료비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에 착수하면서 공학적 근거 활용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2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자동차 사고 경상자의 평균 진료비는 2014년 대비 140%나 늘어 중상자의 평균 진료비 증가율 32%보다 4.4배 높게 나타났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김관희 시험연구팀장은 "자동차 사고 시 탑승자의 부상 여부는 주로 의료적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으나 경미한 사고에서 주로 발생하는 염좌, 긴장 등은 MRI 등 의료적 검사로도 명확한 확인이 쉽지 않다"며 "의료적 검사는 사고 자동차 탑승자의 현재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는 있으나, 해당 사고와 부상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은 경미한 사고를 재현하기 위해 10km/h 내외의 속도로 충돌시험을 실시했다. 공동연구에 나선 연세대 원주의대와 함께 성인 남녀 53명에 대한 사고재현 시험(추돌 15회, 접촉 7회, 후진충돌 9회, 범퍼카 4회) 후 MRI 등 검사를 시행했으나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소비자들 역시 경미한 사고에서 과도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경험한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경미사고 대인 보험금 관련 인식조사에서 1284명(85.6%)은 경미사고 시 탑승자 상해위험 판단에 의학적 소견뿐만 아니라 공학적 근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가해자 540명 중 256명(47.4%)은 피해자가 과도한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자동차 충돌시험 결과와 실제 사고를 비교해 탑승자의 부상 여부를 판단하는 상해위험 분석서는 법원에서도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경미한 사고로 가·피해자 간 소송이 제기된 50건에 보험개발원이 공학적 분석에 기반한 상해위험 분석서를 제시했고 48건은 법원에서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독일과 스페인은 공학적 분석으로 해당 사고에서 부상을 당할 정도의 충격이 발생했는지를 고려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독일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부딪힌 차량의 속도변화가 11km/h 미만인 경우 부상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대인 보상을 면책해 준다. 스페인의 경우 2016년 경미사고 대인보상 시 사고와 부상의 인과관계를 고려토록 법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보험개발원 허창언 원장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서 보험금 특히, 진료비가 과도하게 증가해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공정한 보상을 통한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쟁 해소 및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사고의 충격 정도 등 공학적 근거가 활용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