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만 담네"… 쪼그라드는 공모펀드 시장

      2024.08.26 18:19   수정 : 2024.08.26 18:19기사원문
국내 펀드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상품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주식 등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걷히지 않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공을 들여 상품을 내놔도 자금이 기대 만큼 들어오지 않고, 비용은 그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설정된 공모펀드는 298개(23일 기준)로 집계됐다.

2024년이 아직 4개월 남았지만 전년(1074개)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앞선 2020년(1444개), 2021년(1146개), 2022년(982개) 등과 견줘도 대폭 축소된 수치다.


투자 지역을 가리지 않고, 흐름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국내 투자 공모펀드는 2020년 929개가 새로 나왔으나 2022년 417개로 떨어졌고, 올해는 161개에 불과하다. 해외 투자 공모펀드 역시 같은 기간 515개에서 137개로 쪼그라들었다.

순자산총액 기준으로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내 투자 상품의 합산 순자산총액은 2020년 11조660억원에서 올해 5조4610억원, 해외 투자 상품은 3조4596억원에서 1조7021억원으로 각각 반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달리, 상장지수펀드(ETF)는 신규 출시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0년 44개였던 신규 상장 ETF는 2021년(87개), 2022년(133개), 2023년(159개)로 증가했다. 올해는 아직 97개지만 남은 4개월간 약 50개가 추가될 전망이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시장의 자금이 ETF로 쏠리면서 공모든, 사모든 이와 반비례 하는 경향"이라며 "과거 대형사 간에 이뤄졌던 ETF 경쟁이 중견사들로 옮겨 붙으면서 비상장 펀드를 낼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모펀드 역시 신규 설정 건수를 보면 2020년 2592개에서 지난해 1757개까지 감소했다. 올해는 1711개로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수치를 넘길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운용사들은 국내 주식 펀드 출시를 꺼리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인식이 해소되지 않은 때문이다. 펀드 설정 초기 운용사의 자기자본이 일부 투입되기도 한다. 이 때 리테일에서 판매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비용을 떠안게 된다. 중소 운용사일수록 상품을 내는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상품을 내놨다가 소규모 펀드로 전락할 경우 다음 상품 출시에 제약이 걸리기도 한다.
소규모 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상품을 의미한다.

최근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등이 추진하고 있는 공모펀드 직상장도 시장을 큰 기대를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X 클래스'를 만들어 시장에서 거래가 되도록 하겠다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가 이미 대다수 테마를 잠식하고 있는데 사고팔기 편하게 만든다고 해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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