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초과한 은행 DSR 낮춰… 실수요자 대출절벽 우려

      2024.08.27 18:12   수정 : 2024.08.27 18:12기사원문
금융감독원이 27일 연간 경영계획을 최대 376%까지 초과해 가계대출을 내준 은행이 등장하자 내년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는 '초강경 카드'를 내놨다. 오는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7~8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갑자기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 뿐 아니라 은행 자체 주담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에 한국은행의 10~11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이미 관리수준을 넘어선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에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실수요자의 수요는 최대한 보장하면서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출 총량 자체가 줄어들 경우 실수요자들의 대출 절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 "가계부채 관리 수준 벗어났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가계부채가 최근 들어 적절한 관리 수준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박 부원장보는 "(월별 순증액이) 5조5000억원 내외면 관리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7~8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으로 갑자기 증가하고 있다"며 "4대 은행의 경우 이제 8월인데 벌써 기준치(100%)에서 50%가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경영목표를 초과해 가계대출을 실행한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권 평균 DSR 기준 이하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더욱 줄일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DSR은 개별 차주의 경우 40%로 제한돼 있고 은행 전체 평균으로는 33~35% 수준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의 DSR이 40%, B은행 30%, C은행 20%의 DSR을 적용해 평균 DSR이 30%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가계대출 경영목표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이보다 낮은 DSR 관리목표를 세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내년도에 은행권 실제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은행권은 통상 9~10월께 1차 경영목표를 수립하고 연말까지 이를 확정한다. 기업대출, 가계대출을 각각 전년 대비 얼마나 취급하고 그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 등 대출별 목표치는 얼마인지 은행 자율적으로 결정해 이를 연말께 당국에 제출한다.

금감원은 이같은 방안이 투기성 수요 억제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부원장보는 "(실수요자인지 아닌지) 가장 크게 구분하는 건 투기성 수요"라며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같은 부분에 대해선 은행이 상환능력 심사 등을 강화해 대출을 취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대출 절벽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월 들어오는 대출 분할상환 금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부원장보는 "주담대가 큰 은행들 보면 매월 상환액이 약 5000억~1조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당국이 기준 제시해야"

금감원이 경영계획 이행 관련 DSR 관리 목표에 불이익을 부여하는 등 추가 관리책을 내놓자 은행권에서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미 은행별로 모기지(MCI·MCG) 적용을 중단하고 전세대출도 조건부로 취급 중단하는 등 가계부채 대응안을 속속 내는 가운데 가계부채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의중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자율적으로 하라는 내용"이라며 "차라리 DSR을 낮춰 35%까지만 취급하라든지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관리 부담을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DSR이나 DTI, LTV 등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을 지키더라도 대출한도가 넘으면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조절하라는 것"이라며 "대출 조건에 맞아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대출 창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이 기준을 강화해야지 은행에게 부담을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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