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20세 연하 인플루언서와 불륜?…결국 '사임'
2024.09.08 03:00
수정 : 2024.09.08 09: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불륜 관계의 여성을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젠나로 산줄리아노(62)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이날 안사(ANSA) 통신이 보도에 따르면 산줄리아노 장관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끝에 문화부 장관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즉각 사표를 수리한 뒤 로마의 현대 국립 미술관인 막시(MAXXI)의 알레산드로 줄리 관장을 후임 장관으로 임명했다.
2022년 10월 멜로니 정권이 출범한 이래 첫 장관 교체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폼페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문화장관 회의를 2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옷을 벗었다.
그는 내연 관계인 여성 인플루언서이자 패션 사업가인 마리아 로사리아 보차(41)를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전날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공영 방송 라이(Rai)의 TG1 채널과 인터뷰에서 보차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는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사람은 특별한 사람인 내 아내"라며 "그리고 나를 믿어준 멜로니 총리에게 그와 정부를 당혹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나폴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보차를 만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은 뒤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륜 외에 제기된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보차를 자신의 고문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이해 상충이 될 수 있어 임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차의 행사 참석과 관련한 모든 여행·숙박 비용은 개인적으로 지불했다며 은행 명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보차가 G7 문화장관 회의와 관련한 운영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으며 기밀문서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멜로니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총리가 이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멜로니 총리가 요청하면 즉시 사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이 모든 의혹은 가십에 불과하며 단 1유로의 공금도 사용되지 않았다. 기밀문서가 유출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몇 주 동안 이탈리아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이번 스캔들은 결국 산줄리아노 장관의 사퇴로 귀결됐다. 감사원은 이날 산줄리아노 장관의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의 산줄리아노 장관은 그동안 잦은 실수로 여러 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