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 후판 두고 철강·조선사 '갈등 증폭'…"이기적 행위"

      2024.09.23 16:57   수정 : 2024.09.23 18: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제철이 지난 7월 말 산업통상자원부에 제기한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를 두고 조선업계가 "실적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서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반덤핑 관세에 따른 피해가 조선·기자재·건설 등 광범위할 수 있는 만큼 산업계 전반의 유·불리를 검토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현대제철의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 개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후반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부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반덤핑 제소를 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이 자국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철강 수요가 줄자 해외 시장에 후판 등 제품을 저가로 내보내고 있는데, 관세 장벽을 높여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입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원가 부담이 높아져 모처럼 찾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 때문에 반덤핑 조사 개시를 하면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30%를 차지하는데, 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 원가가 올라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가 주로 수주하는 초대형유조선(VLCC), 컨테이너선에는 후판이 약 4만t, 액화천연가스(LNG)선에는 2만5000t이 들어간다. A조선사 관계자는 "단순 계산했을 때 t당 1만원만 올라도 생산 원가가 3억~4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B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조선업계는) 10년간 침체를 겪고 이제 숨통 트이고 있다"며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조선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으로 2009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회복세를 기록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국내 중대형 조선사 6개사(HD현대 조선계열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및 HJ중공업, 대선조선, 케이조선)의 영업손실은 21조원을 훌쩍 넘는다. 같은 기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낸 영업이익은 41조원 이상이다.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 개시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조선사 관계자는 "이번 현대제철의 반덤핑 제소는 후판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비관세 장벽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무역 보복 발생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덤핑 제소보다는, 기술 경쟁 강화 등을 통해 미래를 선점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이번 제소가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후판 가격에 위협을 느낀 국내 철강업계가 생산량을 줄이면 (중국은) 이후 수출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이 경우 이미 줄어든 국내 후판 생산량으로 인해 국내 후판 가격도 같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동국제강 2후판 공장 폐쇄 이후 포스코, 현대제철의 설비 케파가 줄었고, 이에 따라 국내 후판 가격도 일부 올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후판 반덤핑 제소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계 전체를 위한 조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단기간의 이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속 성장 가능한 미래와 공동의 발전을 위해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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