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돈보다 이자 더 내는 한전, 폭염에 발목 잡힌 요금인상
2024.09.23 18:20
수정 : 2024.09.23 18:20기사원문
■전기료 동결, 그러나 인상은 불가피
23일 한전에 따르면 이날 동결된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M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한전의 적자 상황 등으로 2022년 3·4분기부터 연료비 인상 여부와 관계 없이 줄곧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당초 최근 3개월간의 연료비 가격 하락 동향을 반영했을 때 한전은 4·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MWh당 -5원으로 해야 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이 위기 수준으로 심각하고 전기요금에서 가장 큰 부분인 전력량요금의 미조정액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한전이 이번 분기도 연료비조정단가를 MWh당 +5원으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다만 연료비 조정단가외에 전기요금 결정요인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이 존재한다. 한전의 재무상태를 보면 4·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한전의 총부채는 2020년 132조원에서 지난해 203조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88%에서 543%로 폭증했다. 특히 한전은 천문학적인 부채로 매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이자비용이 지출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이자비용은 4조4516억원으로 매년 수조억원을 납부하는 실정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심스럽게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폭염 기간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서 웬만큼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이은 공공요금 인상이 걸림돌
한전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전기료 현실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이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인상한 가스요금에 이어 서울시 지하철 요금, 경기도 버스요금 , 부산시 상수도 요금 등이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10월 지하철 요금을 150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기본요금을 한번에 300원 올리려고 했으나,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맞춰 150원만 인상한 뒤 나머지 150원은 올해 하반기에 인상키로 했다. 당초 요금 인상은 오는 7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한 차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서울 지하철 누적 적자 규모도 17조6800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버스요금은 내년부터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 노사가 이달 초 준공영제·민영제 노선 모두 임금 7%를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임금 인상에 따른 버스 업체 부담 해소를 위해 버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10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7% 인상한다. 또 내년과 2026년에도 각각 8%씩 인상하기로 했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공공요금이 잇따라 인상되는 상황에서 전기료마저 올리면 가계 부담은 물론 물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