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필리핀 인프라에 2兆 유상차관 … 잠든 원전도 깨운다

      2024.10.07 18:17   수정 : 2024.10.07 18: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마닐라(필리핀)=김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필리핀 국빈방문을 통해 필리핀의 여러 대규모 사업들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냈다. 교통 인프라 개발에 자금을 투입해주는 한편 군 현대화와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윤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 소재 말라카냥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군 현대화·원전 재개'에 尹 세일즈

먼저 필리핀의 군 현대화 사업에 우리 방위산업 기업들이 참여키로 했다. 필리핀은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군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앞서 2단계 때 우리 방산기업들은 경전투기와 호위함, 초계함, 원양경비함, 해성 미사일 등을 수출한 바 있다. 3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필리핀 정부가 우리 군의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이 지난 2022년 36년 만에 재개키로 결정한 바탄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양 정상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업무협약(MOU)'을 맺고 원전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필리핀 측이 타당성 조사에 도움을 요청한 건 바탄원전의 모델이 우리의 고리원전 2호기와 동일해서다. 40여년간 고리원전을 운영해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 반년 동안 진행되는 바탄원전 타당성 조사 협력이 향후 필리핀 원전 수출의 포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32년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타당성 조사를 마치는 대로 원전 건설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올해 체코 원전 건설 수주를 거론하며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라면서 적극 '세일즈외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이 보유한 풍부한 핵심광물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양 정상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핵심광물 투자정보를 교환하고, 공급망이 중단될 경우 상호 지원하며, 광산 개발과 제련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필리핀은 핵심광물인 니켈과 코발트 생산량이 각각 세계 2위와 6위인 자원부국이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포럼에 참여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선 필수적인 파트너국가이다.

■인프라 2조7000억 투입해 돌려줘

방산·원전·핵심광물 협력 성과를 따낸 한편 우리 측에선 필리핀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을 위해 2조7000억원에 달하는 20억달러를 공적개발원조(ODA)로 유상지원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에 각기 약 10억달러씩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에서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 대형 개발협력사업으로,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 EDCF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여건이 조성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부연설명이다.

ukno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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