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 없이 인간 내면 그대로 표현"..주변서 본 한강은?

      2024.10.13 15:06   수정 : 2024.10.13 15: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양쪽(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서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딸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즐겨서 되겠냐고 하더라고요."(한강 작가 아버지 한승원씨)
"한강 작가님이 우리 재학이 한을 풀어줬습니다."(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고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

소설가 한강 작가(54)는 세계 최고의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받고도 기쁨도 잠시 담담한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의 지론대로 수상을 위한 문학가가 아닌, 작품의 완성도나 독자 소통에 중점을 둔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 후 아버지가 마을 잔치를 열려고 하자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는데, 마을 잔치가 말이 되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버지 한승원씨(85)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흥 회진 고향 마을에서 열려던 잔치도 취소했다"며 "잔치를 하고 싶은데, 딸이 '양쪽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서 사람이 쓰러지고 있는데, 수상을 즐겨서 되겠냐'고 말했다.
딸이 완전히 ‘글로벌 지식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딸을 '글로벌 지식인'이라고 평가한 아버지의 말대로 한 작가는 주변을 정확하게 살피고 보듬으려는 인물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5·18 항쟁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도 어디선가 알아내고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한승원씨는 "그 때(1980년 5월) 초등학교 4학년 막 서울로 이사 왔을 때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아이들한테 이야기 안 했지. (만약 들었다면) 당시 광주에서 온 외가 친척들이 (5·18) 이야기를 한 것을 들었겠지”라고 회고했다.

5·18 항쟁은 한 작가에게 폭력을 알려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영감이 됐다.

그러나 고발·저항소설을 쓰지 않고, 사람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대로 슬프게 그리려는, 즉 인간의 실존을 말하려는 소설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상 선정 이유도 그의 작품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높게 평가한 것이다.

팩트를 기반으로 인간 내면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준 '소년이 온다'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고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84)도 감동케 했다.

아들을 잃은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김씨지만 이 소설을 통해 5·18 항쟁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내가 백 마디 투쟁한 것보다 한 작가님의 책 한권으로 5·18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며 "한 작가가 제 아들의 한을 풀어줬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재 한 작가는 공식적인 노벨위원회 수상 인터뷰 이후 매체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감정을 호소하는 수상 소감보단 본인 작품의 완성도와 문단계 발전의 길을 강조하며 겸손함을 보였던 한강으로서는 당연한 행보일지도 모른다.


최근 그는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삶의 의미를 탐구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자신의 영감"이라며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국 문학을 끝까지 치켜세웠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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