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한 자리수로 떨어진 명동…"외국인 관광객 장사진"
2024.10.17 15:54
수정 : 2024.10.17 15: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민규! 민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중구 명동 밀리오레 맞은편에는 인파가 몰렸다. 다양한 국적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이름을 외치다가 해당 멤버의 포토카드(음반 구매 시 제공되는 아이돌 멤버 사진 사은품)를 교환했다. 사람이 몰리면서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코로나19 당시 건물이 텅텅 비어 있던 명동은 한류에 힘입어 다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었다. 중국인 중심이었던 외국인 관광객 또한 다양한 국적 출신으로 변화했으며, 7년간 공실이었던 명동 밀리오레에는 화장품 가게와 음반 매장이 들어섰다. 다만 한류에 힘입은 음반과 뷰티매장에 손님이 집중되고 다른 업계엔 낙수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국적 손님 몰려 알바생도 '4개국어 가능'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분기 52.4% 수준이었던 명동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올해 2분기 2.4%까지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명동 상권의 공실이 줄고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4일 오후 명동은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길을 걷기 힘들었다. 길거리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명동8가길에선 히잡을 쓴 여성, 금발머리 가족 등 다양한 국적의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길거리 음식점주 A씨는 "예전에는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대다수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나라에서 관광객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알르바이트생 또한 다국어 가능자를 뽑는 추세였다. 화장품 가게에서 일한 지 3년 차라는 연화씨(46)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전에는 하루 100만원 팔았다면 지금은 300만원도 팔 수 있다. 손님이 늘면서 최근에는 직원도 1명 늘었다"고 했다. 이어 "관광객의 국적이 다양해 다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현재 직원은 5명인데 각자 더 잘 하는 언어가 따로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일본어를 영어보다 잘 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에서 온 루이스씨(24)와 로쉘리씨(24) 또한 최근 한국에 관심을 가지면서 두 번째로 방문했다. 이들은 "한국은 문화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며 "미국 친구들도 한국의 드라마, 음악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한류 영향…음반·뷰티에만 집중되기도
특히, 이날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음반이 발매되면서 밀리오레 인근 음반가게 맞은편은 팬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팬들은 음반을 구매한 뒤 사은품으로 받은 포토카드를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로 교환하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중국에서 온 헤라 챈씨(27) 또한 포토카드를 맞바꿨다. 챈씨는 "명동에 음반가게도 있고 다른 쇼핑할 것도 있어서 아예 여행 오면서 숙소를 이곳에 잡았다"고 말했다.
배우 차은우를 통해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는 이탈리아인 마리아 말라본디씨(35)는 명동에 화장품 쇼핑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입된 한국 화장품만 사용하고 있다"며 "토너로 얼굴을 닦고 수분크림, 로션을 순서대로 바르는 한국식 스킨케어 방식을 배워 그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년 만에 공실을 채운 명동 밀리오레 또한 의류 점포뿐 아니라 화장품 가게와 아이돌 음반 및 굿즈 가게가 들어서 상권의 변화를 짐작케 했다. 밀리오레를 나서는 손님들은 저마다 화장품 가게에서 산 쇼핑백을 들고 있었으며, 아이돌 음반 가게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다만 뷰티, 음반 등 한류와 직결된 특정 분야에 매출 몰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밀리오레 내에서도 의류 점포는 화장품 가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술집에는 회식하는 한국인 직장인들이 보일뿐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 있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간식류 마트에 우유 등을 납품하는 50대 김모씨는 "납품량이 조금 늘긴 했지만 크게 매출로 연결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지나치게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집중하면 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하면 상권의 변동성이 커진다"며 "외국인 관광객도 단체관광이 아니라 개인 여행으로, 명동뿐 아니라 성수 등 내국인에게 유명한 핫플레이스로 가는 등 트렌드가 민감하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명예교수는 "내국인도 방문하는 곳으로 만들어 외국인이 문화적 교류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지속적으로 상권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명동 상인들과 서울시에서도 상권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을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