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융안정 위험 사라졌냐? 절대 그렇지 않아”
2024.10.23 15:59
수정 : 2024.10.23 15:59기사원문
이창용 총재는 23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 참석해 "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이 금융 안정성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10월 11일에 기준 금리를 25bp(1bp=0.01%p) 인하했지만, 그 결정은 단순하지 않았다"며 "물가 안정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7월 이후 2%에 근접하면서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됐으나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기대감이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신흥 시장에서 금리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 결과 우리는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가계 대출도 다시 증가했다"며 "이에 금융통화위원회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화될 때까지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정부는 더 강력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도입했고 9월과 10월 동안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신흥국 중앙은행은 금융 안정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물가 안정을 위한 과정에서는 환율 변동성 관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할 때, 특히 75bp씩 네 번 연속 인상했을 때 달러의 강세를 촉발했고, 우리를 포함한 신흥 시장의 환율이 상당히 하락했다"고 회상했다.
또 이 총재는 1997년 외환위기의 기억이 남아있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한 한계에 도달할 경우 파생상품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가 발생하는 등 국내 금리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했다"며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향후 달러 방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해 달러의 향후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와 그 이후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달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달러 강세가 신흥국 통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점은 다행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정 국가들이 약세 통화로 지목되지 않았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그들의 경제적 약점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시장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이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