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재판과 소년분류심사원
2024.11.16 09:00
수정 : 2024.11.17 09: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오늘은 소년재판의 프로세스와 소년분류심사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소년재판의 과정과 특징
지난 칼럼에서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 소년재판 사건이 접수되는 경로는 검찰의 소년부 송치, 경찰의 소년부 송치, 법원의 소년부 송치, 보호자 등의 통고 등 총 4가지 루트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1호 내지 10호 처분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처분을 내린다. 조사 결과와 수사 결과를 종합하여 소년을 심리한 결과 만약 소년에 대해 처분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불처분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소년부 판사는 처분 이후에도 비행소년이 소년부 판사가 내린 처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독하고, 만약 처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거나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기존 처분을 변경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4호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이 보호관찰을 제대로 받고 있지 않는 경우 또는 6호 아동복지시설 처분을 받은 아이가 당해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기존 4호나 6호 처분을 소년원 처분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렇듯 소년부 판사가 재판 뿐만 아니라 재판 전후의 과정에 깊이 개입하는 것이 형사재판과 다른 소년재판의 특징이다.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의 비행(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자세히 수사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소년의 주변환경(학교생활, 가정환경, 친구관계, 성장배경 등)이 상세히 조사되기는 여러 여건상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년부 판사는 소년의 주변환경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소년조사관, 보호관찰소 등에 조사를 의뢰한다. 소년에 대한 조사에는 그 소년의 보호자에 조사도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그런데 한두 번의 면담만으로는 소년의 환경 파악이 제대로 안 되기에 그 소년의 24시간 생활을 일정 기간 동안 깊이 있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비행소년이 저지른 비행의 죄질이 매우 중하거나 소년의 주변환경이 매우 열악할 때(장기간 이유 없는 가출을 반복하는 경우, 지속적인 성매매에 연루된 경우 상습적으로 자해하는 경우 등) 소년부 판사는 비행소년의 안전과 심층적인 조사를 위해 소년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게 된다.
소년재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소년부 판사의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피고인을 구치소에 구속하는 것과 유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제도는 사실 완전히 다르다.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의 주요 목적은 구속과 달리 소년의 신병 확보보다 소년에 대한 밀도 있는 조사를 위해서다. 또한 그 기간은 원칙적으로 비행소년의 성행을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인 3주 내지 4주로 한정되어 있어 구속기간보다 훨씬 짧다. 나아가 비행소년이 학생인 경우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소하여 조사를 받는 기간은 모두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소년재판을 하던 시절 비행소년을 심리하다 고심 끝에 내린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결정에 비행소년과 보호자 모두 깜작 놀라 당황하면서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소년부 판사는 비행의 죄질이 아주 중하거나 소년의 주변환경이 일반적인 조사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열악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하고 있다. 즉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조사 외 다른 조사로는 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없는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그 위탁기간이 그리 길지 않으며, 비행성이 심화된 소년들의 경우 3-4주간의 위탁을 통해서도 보호처분과 같은 성행 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결정을 받고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절망을 느끼며 걱정했던 많은 보호자들이 소년분류심사원 퇴소 후 바뀐 자녀의 모습을 보고 안도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러므로 소년재판을 받게 될 경우 소년부 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결정을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거나 억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