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민‧곽도규의 호투… 위기의 류중일호에도, 장현식 없는 KIA에게도 큰 위안이었다

      2024.11.14 09:46   수정 : 2024.11.14 10: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승팀 KIA 타이거즈는 이번 겨울 장현식을 떠나보냈다.

2년 전 홀드왕 출신이고 올해 무려 75이닝을 책임졌던 강속구 중간계투의 이탈은 KIA에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제 펼쳐진 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해당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재 강한 세대교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류중일 호에도 왼손 불펜은 향후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나왔다.


류중일호가 13일 타이페이돔에서 펼쳐진 프리미어12 오프닝 라운드 1차전에서 대만에 3-6으로 패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운 경기였지만, 그나마 KIA 팬들만큼은 어느정도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경기이기는 했다. 류중일 호의 터줏대감으로 우뚝선 최지민과 사상 첫 대표팀에 승선한 곽도규의 맹활약 때문이다.


최지민은 이미 류중일호 1기 항저우 당시부터 류 감독의 신임을 듬뿍받은 불펜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왔고 팀의 승리를 지켰다. 3승 3패 3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5.09로 그다지 미덥지 못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왼손불펜으로 승선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대표팀만 가면 더욱 강해지는 최지민은 이날도 자신의 위력을 제대로 선보였다.

3회 말 올라온 최지민은 첫 타자 추위셴을 상대로 최고 148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였다. 제구가 잡힌 최지민을 상대로 대만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결국 3회를 깔끔하게 3자 범퇴로 막아냈다. 최지민이 힘을 내자 대표팀이 린위민을 상대로 2점을 쫓아갔다.

류중일 감독은 4회 역시 최지민에게 맡겼다. 이번에도 역시 3자 범퇴였다. 최지민은 리카웨이를 중견수 뜬공, 장쿤위는 투수 땅볼, 천천웨이는 2루 땅볼로 가볍게 삼자 범퇴로 마무리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최지민은 린안커에게 볼넷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무려 2.2이닝 동안 단 1명의 주자만 출루시킨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 시즌 그가 보여준 최고급의 피칭 가운데 하나였다.


그 뒤를 곽도규가 이어받았다. 곽도규는 좌타자인 주위센을 3-2에서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해 삼진을 잡아냈다. 팀 선배 양현종이 “절대 긴장하지 않는다. 분명히 잘 할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던 그 자체였다.

비록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는 않았지만, 좌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커브도 위력적이었다.

최지민과 곽도규는 이번 대표팀의 유이한 왼손 불펜들이다. 최지민이 올해보다 나아지고, 곽도규 또한 올해보다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면 이들 두 명이 장현식의 공백을 나눠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주면 이닝은 나머지 선수들이 나눠서 짊어질 수 있다.


KIA에는 아직 긁어보지 못한 좋은 불펜 옵션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기훈이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었던 김기훈이 올해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유마모토’ 유승철 또한 150km를 던지는 불펜 투수로서 가능성을 시즌 막판에 보였다.

또 황동하와 김도현 또한 롱릴리프로 활용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선발진은 용병 2명, 양현종, 윤영철에 이의리도 언젠가는 복귀하게 되는 만큼 둘 중에 한 명 정도는 중간에서 힘을 보태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최지민이 부활하고 곽도규가 지금보다 더 나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전제가 돼야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류중일호도 마찬가지다. 최지민은 이제 완전한 국제용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곽도규가 국제대회 수많은 좌타자들을 상대로 제역할을 해준다면 그 자체가 대표팀에게는 큰 힘이다.
특히 곽도규는 국제 무대에서 생소한 투구폼을 보유하고 있어 왼손 스페셜 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남은 쿠바나 일본 전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소속팀 KIA 타이거즈에 있어서도 류중일 호에 있어서도 안타까운 패배 속에서 분명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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