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로 中 리스크 돌파"… 정부 차원 구조조정 지원 절실

      2024.11.24 18:14   수정 : 2024.11.24 18:14기사원문
#. 현대제철 자회사에 다니는 A씨는 이달 중순 포항 제2공장이 셧다운된 이후 집에서 쉬고 있다. 공장이 바쁘면 가끔 야근까지 해야 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현재 월급의 70%가량을 받아 겨우 살아가고는 있지만 대책은 없다.

중국발 저가 철강 공습, 경기침체 등으로 사실상 공장 재가동이 어렵다는 걸 아는 A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철강·석유화학 업계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가 몸살을 앓는 이유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하락과 내수부진 등 때문이다.
특히 중국 철강·석화 제품은 원가보다 싼 가격에 대량공급돼 국내 기업은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일단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저수익 공장 폐쇄 등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보조금은 물론 사업 구조조정 관련 세금 감면을 포함한 인센티브 등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고부가 제품만이 살길"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는 중국산 과잉공급, 저가제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차의 경우 2002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연간 생산능력이 165만대에 달했지만 지난해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출하대수가 24만대까지 급감했다.

이와 관련, 국내 한 대형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국 제품은 원가보다도 싸다"며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설비 보수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버텨왔지만 비수익 사업을 끌고 가는 데 한계에 내몰렸다"고 했다.

이들이 해결책으로 찾은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친환경 포트폴리오 확대다.

산업계 관계자는 "범용재 가격 경쟁력은 중국을 따라갈 수 없지만, 고부가가치 제품과 기술 경쟁력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고강도 볼트(CHQ), 스프링강, 베어링강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수소 100%만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하이렉스' 기술의 시험설비 출선(철강 쇳물을 뽑는 일)에 성공했다.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화 등을 통해 철강산업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방산용 후판 시장에 진출, 전차와 장갑차 등에 투입되는 특수 차체구조물을 양산해 공급하고 있다. 초고장력강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성형성을 향상시킨 전기차용 3세대 강판도 생산 중이다. 현대차는 중국 공장 라인을 제네시스, 팰리세이드 등 고급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위주로 바꾸고 있다.

■노력은 하지만 개별 기업 감당 못해

석유화학 업계도 고부가가치 제품·저수익 시설 정리 등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스페셜티 찾기의 일환으로 전남 여수공장 폴리염화비닐(PVC) 생산라인 중 2개의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초고중합도 PVC는 높은 온도에서 성질이 변하는 기존 제품의 단점을 극복한, 내열성을 가진 소재다. 범용 제품을 생산하던 스티렌모노머(SM) 생산공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플라스틱에서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 건축용 고부가 인조대리석 소재 등 다양한 스페셜티 소재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은 청산했다.

한화솔루션도 최근 고부가 소재인 초고압·고압 반도전 컴파운드 시장 공략을 위한 증설을 마쳤다. 반도전은 케이블 파손을 방지하고 방전을 막는 소재다.

어느 정도 전환에 성공한 곳도 있다. 금호석유화학과 DL케미칼은 일찌감치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며 올해 3·4분기 각각 651억원, 47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LG화학(화학부문), 롯데케미칼 등 범용 중심 회사들이 영업적자를 낸 것과 대비된다. 다만 대부분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산업계 종사자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스크가)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 국산 철강 사용 할당제 도입, 전기료 인하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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