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기록 훑기도 빠듯한 일정… 재판 지연으로 이어져

      2024.11.24 18:54   수정 : 2024.11.24 21:14기사원문
재판지연은 사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적·제도적으로 한계가 분명한 국선전담변호사는 이런 문제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사건은 많고 복잡한데다, 처우는 사실상 열악하기 때문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국선전담변호사제도'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수·기록복사 등 개선 필요

국선전담변호사가 담당하는 형사공판사건은 다른 유형에 비해 가장 많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형사공판사건 처리건수는 32만5836건이다. 이 중 국선변호사건은 39.9%인 13만68건에 달했다. 사선변호사건 29.4%(9만5934건)와 비교된다. 여기다 미선임 30.6%(9만9834건)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국선변호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율은 더 늘어난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의 처우 개선은 형사사건에 피고인이 변호인의 질 높은 조력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법조계는 진단한다.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 경력에 따라 보수는 세전 월 600만원에서 800만원 수준이다. 개인사업자인 국선전담변호사들은 이 보수 내에서 직원들의 월급도 챙겨야 하다 보니 대부분 1명의 직원을 채용한다. 이로 인해 여러 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일반 변호사들의 비해 재판 업무에 대한 대응 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선전담변호사들은 제도적인 지원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록열람·복사가 대표적이다. 검찰로부터 증거기록을 열람·복사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는데, 국선전담변호사에 한해서 검찰이 증거기록 등 전자사본을 제공해 주는 형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력 부족과도 맞물린다. 현재는 1심에서 검찰에 열람·복사 신청을 한 뒤 직접 복사를 하는 방식이다.

손영현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인적사항 등을 하나씩 지우고 다시 허락을 받아 복사를 하다 보면 직원 한 명이 일주일 내내 여기에만 매달려 있어야 한다"며 "보통 국선전담변호사 한 명에게 새로 오는 사건이 20건이라 사건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피고인이 '흉기', 위험에도 노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다고 국선전담변호사들은 토로한다. 실제 지난 8월 한 피고인이 법원에서 흉기를 자신의 국선변호인에게 휘두른 사건도 발생했다. 국선전담변호사들은 실질적으로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를 명문화하고 사후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도윤 인천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지난 19일 국회 간담회에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부터 폭행, 협박 또는 모욕을 당해 신뢰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때' 요건으로 따로 떼어 법률로 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후 보호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공무원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현재 국선전담변호사들이 직무와 관련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 모든 사고 수습을 본인이 해야 하는 상황인데 보험의 의미로 공무원 연금에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해 상해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국선전담변호사는 공판 업무를 하다 다치거나 상을 당하면 모든 걸 혼자 책임져야 한다"며 "공무원 연금에 기여금을 내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선전담변호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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