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인력만 10만명' 비야디, 한국 공략 채비 끝냈다
2024.11.25 00:00
수정 : 2024.11.25 00:00기사원문
■비야디 "한국에 조립·생산공장 설립도 고려"
인둥둥 아태지역 브랜드·대외협력 책임매니저는 22일 선전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에 판매할 사양과 가격 등은 내년 1월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새 전기차 브랜드를 한국 고객들에게 소개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비야디가 갖고 있는 100여개 모델과 함께 새 모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내년 한국 시장에 대한 판매 목표 등을 묻는 질문에 "첫해에는 판매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면서 "비야디 기술과 장점을 알리면서 기술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조립·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한국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또 전기차 이름도 한국 소비자와 시장에 적합한 영문 등의 이름으로 바꿔서 표기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21일 선전 바오산공항 근처 주행시험장에서 비야디의 주력 전기차 모델들에 시승했다. 35도 기울어진 경사에도 균형을 유지한 채 달리는 차량, 360도 제자리 회전 기능, 바퀴 두 개로도 거뜬하게 자갈길이나 진흙탕 속에서도 달릴 수 있는 기능들도 선보였다.
■"세계 최초 제자리 360도 회전 기술 상용화"
쑤텐이 아태판매부 차량 강사는 "'이쓰팡(e4)' 기술로 세계 최초의 제자리 회전, 360도 회전 기술을 상용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퀴마다 각각 전기 모터가 따로 달려있어 중앙처리장치를 통해 독립적으로 바퀴 움직임의 제어가 가능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U8'에는 물에 떠서 이동할 수 있는 수륙양용 기능도 갖췄다. 이쓰팡 기능은 비야디의 4가지 브랜드 가운데 가장 고가인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의 U7(세단), U8(SUV), U9(스포츠카) 모델에 탑재되어 있다.
비야디의 전기차 종류는 거의 100가지로, 가격도 대당 10만위안(1960만원)부터 150만위안(2억9040만원)인 양왕 브랜드까지 세분화되어 있다. 기존 비야디 차종 가운데 중장년층을 겨냥한 왕차오(왕조), 젊은 층에 맞춘 하이양(해양) 시리즈 등이 인기를 끌었다. 저가 자동차에서 벗어나 맞춤형 고급차를 지향해 독일 다임러벤츠와의 합작 브랜드인 텅스(Denza), 100만~150만위안의 양왕 시리즈 등 맞춤형으로 소비자 기호에 따라 연령층 전반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과 팡청바오, 텅스 등을 내세워 고가 시장의 개척도 시작됐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주행보조시스템의 고도화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좁은 길 평행주차가 가능했고 타이어 하나가 펑크가 나도 나머지 타이어 3개로 주행이 가능했다. 차량 라이더와 사진기들이 자율주행의 효율을 높였다.
■다양한 가격 대의 브랜드로 한국 시장 공략
비야디 측은 이번 미디어투어에서는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 기술과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본사 전시장에서는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비야디의 블레이드(다오펜) 배터리와 다른 회사들의 배터리들의 안전성을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됐다. 삼원계(NCM) 배터리와 블레이드 배터리의 '네일 침투 테스트(nail penetration test)'가 이뤄졌다.
날카로운 못이 삼원계 배터리를 뚫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솟았다. 같은 조건에서 블레이드 배터리는 불이 나지 않고 안전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를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삼원계 배터리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CATL)가 47~50% 대 중국내 시장점유율을 유지 중이지만, 지난해 시장 점유율 10% 대였던 비야디는 시장 점유율 22.7%까지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다.
■블레이드 배터리로 선두 업체 CATL 추격
블레이드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배터리 셀을 얇은 칼날 형태로 촘촘히 배열해 배터리 모듈을 생략하고 곧바로 배터리팩으로 만든다. 비야디는 2020년 선보인 이 브레이드 배터리를 자사 차량 모델에 탑재했다.
"배터리는 물론 자동차 모터와 전자제어장치도 함께 만들 수 있는 자동차 기업은 비야디뿐"이라는 왕촨푸 회장의 자신감에서 보듯, 비야디는 전기차 제조의 필요한 핵심 부품들을 모두 자체적으로 만드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상태였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기술을 왕으로 삼고, 혁신을 근본으로 삼는다'라는 대형 글자판과 함께 비야디의 특허 증서 수백 건이 붙어 있는 '특허의 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비야디가 보유한 특허만 5만6000건에 달한다"고 전시관 안내원은 설명했다. 글로벌 특허 취득 건수도 올 연초 기준으로 1만2246건을 넘었다.
맞은편의 '장인의 벽(엔지니어의 벽)'은 연구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한다"라는 사자성어 '정익구정'과 함께 기술 개발에 공헌한 연구개발(R&D) 기술 엔지니어 사진이 가득 채워져 있다.
■연구소 11개에 R&D인력 10만명
안내원은 "연구소 11개에 R&D인력 10만명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야디는 올 상반기에만 R&D에 201억8000만 위안(약3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중국 제일재경은 같은 기간 테슬라(약 3조원)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비야디는 블레이드배터리, DM-i 슈퍼하이브리드 시스템, 셀투바디(CTB)기술, 전력반도체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 (IGBT) 등 전기차 핵심 기술 방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야디는 지난 18일 창립 30주년을 지나면서 1000만대 생산을 기록했다. 1000만번째 차는 텐스 Z9로 '흑신화: 오공'의 프로듀서 펑치에게 전달됐다. BYD 매출액은 2020년 23% 성장에 이어 38%(2021년), 96%(2022년), 42%(2023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량의 판매량도 2019년 46만대에서 5년 만에 7배 이상 커진 325만대가 팔렸다.
비야디의 기술 우선주의는 중국 정부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 본사에 있는 성능 실험실은 중국 자동차기업의 성능시험실 가운데서는 최대 규모였다. 정부 지원 아래 2013년 설립돼 이미 10년 넘게 가동돼 왔다는 점도 정부의 용이 주도한 산업 정책의 역할을 보여준다.
캉페이 성능실험실 담당은 "전파 간섭·소음도 측정·충돌 실험실 등 자동차 성능의 3대 실험실이 2013년부터 이곳에서 운영돼 왔다"면서 "성능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아내기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에 차량 7대 가량을 시험하는 전파간섭 실험실은 높이 8m·길이 27m 등으로 건설 당시 1억위안(193억6000만원)이 들어갔다. 소음도 측정 실험실도 높이 9.6m, 길이와 너비가 각각 28m·23m였다.
충격실험실의 장하오 담당은 하루 10차례가량 충격실험을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억원 넘는 인체 모양의 마네킹 50여개가 확보돼 있었다. 차량 충돌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차세대 주력 거점인 선샨 공장
선샨 공장은 본사에서 100㎞ 떨어진 선샨특별합작구에는 위치했다. 텅스 모델을 생산중인 공장 한가운데 대형 모니터에는 각 부품 모델명과 생산 목표량 및 도달량 등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났다. 인공지능(AI)등의 도움으로 작업로봇이 작업을 진행 중이고, 공장 작업 통로에는 운송로봇이 부지런히 부품 등을 실어날랐다.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화가 이뤄져 있었다. "가능한 한 현장 일손을 줄이고, 연구인력을 늘리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안내했던 직원이 설명했다.
총 54만㎡ 규모의 선샨 공장은 2021년 1단계 구아부 단지, 2022년 샤오막 단지가 각각 건설됐다. 구아부 단지에서는 친환경차 부품 및 핵심 제품의 연구개발이, 샤오막 단지에서는 30만대의 친환경 완성차들이 나오고 있었다. 비야디는 샤오막 국제 물류항과 통합 운영하면서 해외 수출 확대와 중국 국내 남부지역의 생산능력 확장의 허브로 키우고 있다.
김명신 코트라 선전무역관 관장은 "비야디는 기술개발을 중시하는 데다가 변화와 시장기회 포착에도 기민하게 움직여 온 것이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의 한 자동차 전문가는 "비야디는 여전히 저가 생산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수직계열화 등을 통해 생산 비용 절감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jun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