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파업에 완성차 공장 멈추나… 연말 수출 빨간불
2024.12.10 18:45
수정 : 2024.12.11 06:30기사원문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도 이 같은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번갈아가면서 부분파업을 계속 이어갈 여지가 있는 만큼, 생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져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경영계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금과 같은 국정혼란과 위기 상황에서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위기 극복과 사회 안정을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특히 노사가 경제 회복을 위한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와 일자리의 어려움은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정치파업에 산업계는 '발동동'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11일 총파업 지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엔 기아 노조가 현대차 노조에 이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기아 노조는 지난 5~6일에는 확대간부 대상으로 2시간 파업에 나서 생산차질을 빚지는 않았지만, 11일에는 주야간조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겠단 계획을 확정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5~6일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이틀 동안 4000~5000여대의 생산차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노조는 11일 오전 파업 여부를 최종 확정해 조합원에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는 임금과 수당 감소 등을 고려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임금손실 등을 고려해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번갈아가면서 부분파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GM도 지난주 4시간 부분파업에 동참한 바 있다. 한국GM은 올해 1~10월 국내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총 39만3266대를 생산, 이 가운데 37만5313대를 수출했다. 전체 생산 가운데 95%가 해외로 선적되는데,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나머지 금속노조 산하 노조의 파업 참여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산업계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합법 파업권을 얻기 위해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 조합원 과반 이상 찬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번 파업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치적 목적의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수출 경제도 '빨간불'
연말 수출 물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려던 완성차 업계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치파업 리스크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금속노조는 총파업 이후 오는 12일 향후 파업 지침을 다시 정할 계획인데, 상황에 따라 노조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올 1~10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친환경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 증가한 591억달러(84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우리 수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파업이 이어질 경우 12월에는 수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신차 출시가 연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내년 초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9의 본격 양산을 시작하며 글로벌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생산 계획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6년 만에 내놓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종이다. 기존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차량이 모터 1개에 1.6ℓ 휘발유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면, 신형 팰리세이드는 2.5ℓ 휘발유 터보 엔진에 모터 2개가 조합되는 것이 특징이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II)이 탑재되는 첫 차종이기도 하다. 아이오닉9도 현대차의 첫 플래그십 전기 SUV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 최대 532㎞(현대차 연구소 측정 기준)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해 출시 전 부터 해외 시장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