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료 조작하고 출장은 셀프 심사...기막힌 지방의회 '해외 출장'
2024.12.16 12:34
수정 : 2024.12.16 16: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A지방의회의원들은 지난해 네덜란드, 독일로 해외출장을 떠났다. A지방의회는 여행사에 1인당 179만원인 항공료를 229만원으로 부풀린 청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구서 변조를 통해 799만원의 예산을 부정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B지방의회에서는 올해 호주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 온 의원이 본인 출장을 셀프로 심사하고 의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년간(2022년 1월~2024년 5월) 전국 243개 지방의회 의원들의 국외 출장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항공권 조작, 여비 허위 청구 등의 문제가 대거 적발됐다고 16일 밝혔다.
권익위는 그간 지방의회 국외 출장에 대한 외유성 논란 지적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자,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 기간 915건의 출장을 가며 355억원을 썼다. 지자체 예산으로 출장을 가면서 지방의원이 동행한 경우(총 1400건)까지 포함하면 총 400억원이 지출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방의회 국외출장 상당수가 국외출장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관광 목적의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부족한 비용은 여행사 대표 강연비, 섭외비 등으로 예산을 지출하는 등 편법적으로 여행 경비로 부풀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원 출장의 405건(44.2%)는 항공권을 위변조하여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C의회는 비즈니스 등급의 항공권을 발권해 등급을 이코노미로 위조하여 금액을 청구한 다음, 실제로는 항공권을 취소하고 이코노미 항공권을 새로 발권받아 출장을 갔다.
이 같은 비용 허위 청구는 형사처벌에 이를 수 있다.
지방의원 의전을 위해 과도하게 의회 직원이 동원됐다. D의회는 의원 10명이 출장을 가며 직원 7명을 동원했고, 약 900만원의 직원의 부담금은 의원이 대납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따라 금지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심지어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출장을 스스로 심사(8.6%)하고 관광지 입장료도 예산으로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출장 방문지역을 분석한 결과 정해진 관광 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총 61개국을 방문국 중 20개 국에 대한 방문 빈도가 80% 이상에 달했다. 특히 출장지 중 싱가포르가 총 94건으로 이중 가든스바이더베이 74회, URA시티갤러리 73회 등으로 관광지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E의회의 경우 4박 6일로 호주를 방문하면서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오페라하우스 등 전부 관광지만 방문하기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처럼 지방의회 국외출장이 위법하고 부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은 국외 출장을 심사하는 기구인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출장 취소에 따른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F의회의 경우 출장을 취소했음에도 전혀 환불받지 않았다.
국민권익위는 허위 비용청구 등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징계・환수・과태료 등 조치가 필요한 사안에 관해 지자체 및 지방의회에 통보하고 조치 여부를 관리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부적절한 국외출장을 근절하고, 정말 필요한 국외 출장을 갈 수 있도록 개선을 추진한다.
국민권익위는 이를 위해 방문기관이나 면담자 없이 단순히 둘러보고 오는 시찰 형태의 출장을 금지하고, 실질적인 심사가 가능하게 심사위 위원을 전원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며 심사 시 방문지, 출장자 명단뿐만 아니라 상세 지출항목과 금액도 포함하도록 했다. 심사받지 않은 항목의 지출은 금지하도록 했다.
국민권익위는 지방의회 관련 법령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이 같은 내용으로 개선을 요청하는 한편, 잘못된 출장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내년에도 국외출장 실태에 관하여 수시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이번 실태 점검은 지방의회의 청렴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부패 취약 분야인 국외 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점검 결과 확인된 위반사례를 교육하고 홍보하여 지방의회에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