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항공업계 '비상'... 외화부채 부담 가중 우려

      2024.12.17 08:21   수정 : 2024.12.17 08: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탄핵 정국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항공업계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외화 기반 지출이 많은 산업 특성상 환율 변동은 항공사들에게 직접적인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항공사의 원가 부담과 매출 감소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선제적 환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대형항공사(FSC)의 순외화부채의 총합은 9조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을 기준으로 △대한항공 4조6200억원 △아시아나항공 2조6446억원의 부채를 기록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상황은 비슷하다. 3·4분기 기준, △제주항공 4188억원 △진에어 2287억원 △에어부산 6947억원의 순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비상장기업으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티웨이항공은 분기보고서에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 정확한 부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순외화부채란 외화로 조달한 부채와 기업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차이를 뜻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 금액이 증가하면서 부채 부담이 커진다. 이는 기업의 부채비율 상승과 재무 안정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들의 외화부채는 △항공기 리스 및 구매 △항공유 △정비 비용 등 외화 결제가 필수적인 주요 지출에서 발생한다. 특히 환율이 10원 오를 때 항공사들은 약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1400원대를 유지하는 환율 상황은 4·4분기 실적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 교수는 "환율 상승은 항공업계에 2가지 주요 문제를 야기한다"며 "첫째는 항공유와 같은 원가 상승이고, 둘째는 해외에서 달러로 결제되는 매출의 감소"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줄고 비용은 증가하는 이중고가 항공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항공사들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파생상품을 통해 환율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3·4분기 기준 외화환산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상계돼 환율 상승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환헤지와 같은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선물, 환헤지와 같은 리스크 관리 방안은 항공사들에게 필수적"이라며 "대형 항공사들은 이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지만, 신생 항공사들은 경험과 여력이 부족해 더 큰 부담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홍 교수는 "유가와 같은 주요 비용은 헤지 계약으로 단기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지만, 해외 지출 비용 증가와 계약 만료 후의 환율 변동은 불가피한 리스크"라며 "환율이 1400원대를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 계약이 끝났을 때 항공업계의 부담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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