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멈추면 안된다
2024.12.17 18:14
수정 : 2024.12.17 18:36기사원문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국 각지에서 접한 국민들은 저마다 황망히 움직였다. 공연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다음 날 세종문화회관 수요 라운지 음악회를 앞두고 있던 '누구나꿈나무오케스라' 연주자들은 밤늦게까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공연 취소 여부를 담당자에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새벽 4시30분을 기해 계엄 해제가 공식화됐지만,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긴급회의가 당일 오전에 소집됐다. 누군가는 "집회와 시위로 인한 혼잡이 우려되니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반대했고, 일부는 전쟁이나 피난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예술이 사람들에게 치유의 힘을 전달했음을 강조하며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누구나꿈나무오케스트라'는 문화예술 교육 기회가 적은 아동·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2010년에 시작한 오케스트라 교육사업이다.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 청소년을 비롯해 2020년부터는 장애 학생에게까지 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예술로 동행'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이날 공연은 졸업 단원들이 모여 만든 앙상블의 데뷔 무대였다. 점심시간대에 열리는 30분짜리 공연이었지만 정식 연주자로 활동할 기회를 얻기 위해 14명의 연주자들이 오랫동안 공연을 준비했다.
결국 공연은 열렸고, 라운지에는 점심시간의 여유를 찾기 위해 방문한 주변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평소처럼 공연을 즐기며 업무와 일상을 벗어나 작은 행복을 만끽했다. 시민들의 응원과 축하 속에 무사히 공연을 마친 단원들에게는 희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순간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지만, 나이 어린 단원들의 소중한 꿈은 한순간에 날아갈 뻔했다. 또 정부가 문화를 핵심 기반으로 삼아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당장 2025년 국제문화교류 행사를 준비하는 기관들은 이미 수립된 계획의 변동 가능성을 재차 확인하는 해외 파트너사들의 문의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현재 한국은 계엄 사태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으로 인한 후폭풍이 전방위로 계속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는 "이 시국에"라는 말로 뒷전으로 밀리거나 주변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고난의 시기일수록 국민의 정신력과 의지에 큰 힘이 돼주는 문화예술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멈추지 말자.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