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수한 게 있을까" 황의조, 불법촬영 피해자에 2억 '묻지마 공탁'

      2024.12.18 05:10   수정 : 2024.12.18 14: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불법 촬영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둔 축구선수 황의조(32)가 피해자에게 2억원을 기습 공탁하고 사과문을 보냈다. 앞선 공판에서 합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피해자 측은 "일방적 공탁이 대체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17일 피해자의 변호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달 28일 법원에 2억원을 공탁했다.

1심 선고를 20일 앞둔 시점이다.

형사 공탁은 형사사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 피해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22년 12월부터는 피해자 인적 사항을 몰라도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피고인의 '감형 수단'으로 활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황씨는 지난 3월 자신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형수 A씨에 대한 1심 선고 전에도 A씨 대신 피해자에게 공탁금 2000만원을 냈다. 피해자는 당시에도 "합의 의사가 없고 공탁금 역시 받지 않겠다"며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공탁과 관련해 연락받았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형사 공탁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역시 "수중에 2억원이 없겠냐"며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특히 형사 공탁으로 자신의 신상 정보가 알려질까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법원 직원 한명이라도 더 (피해자 이름을) 알게 되는 게 부담스럽다"며 "피해자는 법원에서 공탁 관련 연락을 받자마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다 지웠다고 한다.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연락처를 저장해) 확인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 그게 피해자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황씨는 지난달 8일 피해자에게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문을 보냈다. 사과문에는 "어떻게 하면 피해자분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 것이 있을까를 매일 고민했다" "피해자를 통해 위로도 받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받았는데 저는 힘든 상처만 준 것 같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등은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사과문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조금이라도 실수한 게 있을까 매일 고민했다는 건 답을 못 찾았다는 뜻 아니냐. 잘못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이 무엇을 실수했는지 몰라 고민중이라는 말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기습공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에 대한 죄책을 몇 푼의 돈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며 '황의조를 중형으로 엄벌해달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황씨는 지난 10월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며 선고는 당초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다른 피해자의 요청으로 변론이 이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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