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진격'에 혼다·닛산 결단…車업계, 생존 위한 합종연횡
2024.12.18 15:47
수정 : 2024.12.18 17: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일본 2위와 3위 업체인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판매 3위 현대차그룹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지난해 세계 판매량은 각각 398만대와 337만대로, 총 735만대 수준이다.
이번 합병은 일본이 미래차 분야에서 미국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에게까지 추월당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면서 전격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선제적으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 개발·생산까지 염두에 둔 새로운 동맹을 결성한 가운데, 이번 혼다 닛산의 합병 검토로 글로벌 완성차 간 합종연횡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6위로 뛰어오른 중국 BYD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9월(3·4분기) 중국 BYD(비야디)의 전 세계 판매량은 113만대로 전년 대비 38% 급증했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판매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BYD 등 중국차 업체들에 '관세폭탄'을 적용하고 있지만 중국 내수는 물론, 최근에는 일본차 업체들이 절대적인 입지를 다져왔던 동남아시아와 남미 시장에서도 저가 차량을 앞세워 점유율을 크게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도 중국 BYD가 일본 혼다를 미국 포드를 제치고 6위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1~3위인 도요타(273만대), 폭스바겐(217만대), 현대차그룹(177만대) 등은 모두 지난해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또 이번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혼다(91만대)는 8위, 닛산(79만대)은 10위에 머물렀는데, 각각 지난해 대비 8%, 4% 전 세계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BYD는 2022년부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전기차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더욱 매섭다. 이처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테슬라에 이어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미래차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1위 도요타는 BMW와 2013년부터 연료전지 구동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해왔고 올해 9월에는 미래 모빌리티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도요타는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수년 내 수소 양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도요타와 BMW는 유럽 내의 수소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글로벌 2위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에 58억달러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은 이미 전환사채 형태로 10억달러 규모를 투자한 상태다.
■현대차는 美GM과 동맹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 9월 글로벌 3위 완성차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과 글로벌 완성차 5위 메리 바라 GM 회장은 뉴욕 제네시스하우스에서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협력을 모색 중이다. 특히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차량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수준까지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독자생존하던 내연기관차 시대와 달리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대차는 해외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도요타 산하 연구소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가 인공지능(AI)기반 인간형 로봇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도요타와 모터 스포츠에 이어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기반으로 차량 증산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합종연횡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유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