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인사 중용하는 트럼프, 그 속내는?
2024.12.24 09:48
수정 : 2024.12.24 09:48기사원문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내달 20일 취임하는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프 2기 정부에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용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역할은 순수한 자문역부터 권한이 있는 임명직까지 다양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1기 정부 때와 달리 실리콘밸리와 긴장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일각에서는 자신의 집권을 도운 실리콘밸리를 향한 논공행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이 설립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호로위츠(a16z)의 매니징 파트너인 스콧 쿠포를 등용시킨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쿠포를 미국 연방정부의 공무원 채용을 정하는 등의 임무를 맡는 미 연방 정부 인사관리국 국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연방정부효율위원회(DOGE) 수장이 그리고 있는 연방 정부 공무원 인력 감축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a16z 출신 인사가 트럼프 2기 정부의 중요직책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a16z에서 총괄 파트너로 근무했던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이미 선임했다. 그는 a16z에서 근무하기 전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야후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크리슈난은 트럼프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머스크 CEO와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22년 10월 머스크가 X(엑스·옛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했을 당시 크리슈난은 머스크를 도와 X의 성공적인 론칭을 이끌어냈다.
CNBC는 크리슈난이 머스크와 막역한 데이비드 삭스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VC로 활동했던 삭스를 가상자산·AI 담당 차르로 임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스케일 AI의 임원으로 재직했던 마이클 크라치오스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전 우버 임원 에밀 마이클을 국방부 연구·엔지니어링 차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테크 인사를 대사로도 지명하고 있다. 페이팔과 파운더스펀드의 공동 창립자인 켄 하워리를 주덴마크 미국 대사로 지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실리콘밸리 인사 중용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밴더빌트 로스쿨에서 스타트업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브로우먼 교수는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혁신에 우호적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노력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의 당선에 도움을 준 실리콘밸리에 보답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는 트럼프의 실리콘밸리 인사 중용을 환영하고 있다. 전 메타 임원 데이비드 마커스는 트럼프의 선택을 "놀랍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기업 박스(Box)의 CEO 아론 레비는 트럼프의 지명이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