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이제 끝”···인적분할 시 신주배정 금지

      2024.12.24 10:32   수정 : 2024.12.24 10: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상장사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을 제한하는 제도가 본격 시작된다. 대주주가 인절분할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31일부터 시행된다.



자사주는 기업이 과거 발행한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관하는 주식 유형으로 ‘금고주’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대표적 주주환원 수단으로 인식되지만, 국내에선 대주주 지배력 강화 도구로 오용된다는 문제가 있어왔다.


이에 금융위는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 △상장법인 배당절차 개선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 △전환사채 제도 개선 등을 실시해왔다. 상장사들도 올해(12월20일 기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금액을 전년 대비 각각 약 2.3배, 2.9배 늘리는 등 이에 동참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이 같은 노력이 일반주주들에 대한 실질적 보호와 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하게 다듬은 결과물이다.

우선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이와 함께 상장사가 다른 법인과 합병할 때도 소멸되는 법인이 보유하는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자사주에 대해 의결·배당·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지만 인적분할의 경우 관련 법령·판례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신주배정이 이뤄져 왔고 소위 ‘자사주 마법’이라는 대주주 지배력 높이기에 쓰였다.

가령 분할회사 A사 지분이 자사주(30%), 대주주(40%), 일반주주(30%)로 구성돼있을 때 의결권 비율은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각각 4대 3(57%대 43%)이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된 B사 의결권 중 70%는 대주주가 가져가게 된다. B사 주주는 A사(30%), 대주주(40%), 일반주주(30%)로 그대로 이어지는데 A사를 대주주가 지배하고 있으니 그 비중까지 사실상 품게 돼서다. 결과적으로 인적분할 회사에 대한 영향력은 57%에서 70%로 13%p 높아지게 된다.

다음으로 자사주 보유·처분 등 과정에서 공시를 강화한다. 상장업인 자사주 보유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이면 보유현황과 목적, 향후 처리계획(추가취득, 소각 등) 등에 관란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 공시해야 한다. 또 자사주 처분 시엔 목적, 상대방 및 선정 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끝으로 자사주 취득·처분 과정에서의 규제차익을 해소했다.
여태껏 자사주를 신탁으로 취득하면 직접 취득에 비해 규제 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앞으론 두 방식 모두 당초 계획·공시된 매입금액보다 적은 경우엔 △사유서 제출 △계획된 자사주 매입기간 종료 후 1개월 결과 전 신규 신탁계약 체결 제한 등의 제재가 걸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 계약기간 중 신탁업자가 자사주를 처분할 때도 직접 처분과 동일하게 목적, 상대방 및 선정사유, 예상되는 희석효과 등을 주요사항보고서에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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