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계 최강국'을 꿈꾼다

      2024.12.24 13:30   수정 : 2024.12.24 13: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98년 정부가 일명 '국민PC'를 내놨다. 일부 대기업 사무실에서나 쓰는 PC를 가정집에서 쓸 수 있도록 정부가 품질을 보장하고 , 인터넷이 연결되는 반값PC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1가구 1PC였다.

택배서비스 개념도 없던 시기였지만 우체국을 통해 지방 어느집에나 PC를 배달해 줬다. 사업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국민PC사업으로 우리나라는 전국 대부분 가정에 인터넷PC가 보급됐고, 덕분에 초고속인터넷이 집집마다 연결됐다.
디지털 격차가 줄었고, 전자상거래라는 산업이 탄생하는 기반이 됐다.

돌아보면 국민PC사업은 미국의 '정보슈퍼하이웨이' 정책을 따라잡기 위한 고육지책의 측면이 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이 선거공약으로 '정보슈퍼하이웨이'를 내놓고, 국방·산업·의료·교육 모든 측면에서 혁신을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정부 주도의 정보화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만큼 정보화는 세계 질서 재편의 핵심이었다. 한국은 정보화 시작이 한참이나 뒤진데다, 미국 정부에 비해 자금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정보화를 시작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깔면서 동시에 전국민의 집안에 PC를 놓고 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한국판 정보슈퍼하이웨이를 만들겠다는 큰그림이 국민PC사업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T 국가가 됐다. 인프라 측면에서 미국도 부러워할 정도다.


AI가 세계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산업에 활용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국력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다.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AI 세계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후발주자의 추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한국 기업 전체의 AI 투자액이 10년간 약 10조원 남짓이다. AI기술을 주도하는 구글과 오픈AI가 각각 연간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붓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시기적으로나 자금면에서 경쟁선에 서기도 버거운 것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 정보화를 6년 늦게 참전해 단번에 앞서 버린 저력이 있지 읺은가. AI라고 못할 것 없다 싶다.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과 정책 결단, 민간의 협력이 어우러지면 한국이 AI 최강국의 꿈을 못 꿀 것 없지 않을까 싶다.

우선 AI 발전의 시작점인 데이터를 과감하게 개방하는 정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 된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보안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이 독창적인 AI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데이터 접근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공공 정보 활용을 아예 막고 있는 법률적 제한은 없는지 찾아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 봐 주는 것은 정부의 우선적 숙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새로운 기술을 시험할 테스트베드 구축도 정부가 할 몫이다. 의료,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같은 산업별 특화 전략을 세워 시장의 평가를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만들어 주면 서비스가 활발하게 나오고 성패를 판단해 경쟁력을 갖춘 AI서비스들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국경 없이 발전하는 AI 시장에서 글로벌 AI 협력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외교적 숙제도 풀어나갔으면 싶다. 한국은 막강한 IT인프라와 세련된 소비자, 강력한 디지털 데이터를 확보한 AI시장의 매력적인 주자다.
미국의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는 소버린AI를 만들어가고 있는 프랑스, 중동 국가들을 연결해 데이터와 기술 교류를 확대해 몸집을 키웠으면 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 컴퓨팅 자원이라는 AI 핵심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고, AI플랫폼을 구축해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기대한다.
빅테크들 보다 자금도 달리고 시작도 늦었지만 '세계 최고 IT 국가'가 됐던 기억이 'AI 세계 최강 국가'로 실현되는 꿈을 다시 꾼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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