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 트럼프, 美 영토 확장 "농담" 아닐 수도
2024.12.24 15:21
수정 : 2024.12.24 18: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영토 확장을 언급한 가운데 그의 발언을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언급한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가 미국의 안보에 매우 중요한 지점이며, 과거 미국 정부들이 통제했거나 통제하려던 요충지라고 지적했다.
덴마크·파나마, 트럼프 주장에 강력 반발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무트 에게더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덴마크 DR 방송에 보낸 서면 성명에서 영토 매각에 대해 "우리는 판매할 계획이 없고 우리 땅은 영원히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는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차기 덴마크 대사를 지명하면서 그린란드를 언급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21일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 이용료를 너무 비싸게 받는다고 불평하면서 중국을 겨냥, 운하가 "잘못된 손"에 떨어지게 두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이 파나마와 협력의 징표로 운하를 넘겨준 것이라며 "이 관대한 나눔의 제스처가 가진 도덕적, 법적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파나마 운하를 전면적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2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이달 18일 트루스소셜에 "많은 캐나다인들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길 원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캐나다가 미국에 편입되면 "세금과 군사 보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캐나다와 관련해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는 "농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美 핵심 요충지, ‘미국우선주의’ 연장선
NYT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우선주의가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며, 그의 태도가 20세기 초에 필리핀을 차지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팽창주의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손에 쥐고 전직이었던 부동산 개발업자의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왕립국방대학의 마크 제이콥슨 조교수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주장에 "지금은 웃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반도 10배 크기인 그린란드는 1380년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다가 1953년에 덴마크 자치령으로 바뀌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2009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방과 외교 권한이 없고, 사법 및 행정 자치권만 보유하고 있다. 북극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인구 약 5만6000명에 국토의 85%가 얼음에 덮여 있었으나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가치가 드러났다. 그린란드에는 전기차와 풍력터빈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50종 중 43종 이상이 매장되어 있다. 또한 그린란드는 지리적으로 북극 항로를 통제할 수 있는 요충지다. 트럼프는 이미 1기 정부였던 2019년에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밝혔지만 퇴짜를 맞았다. 앞서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정부도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소련을 막기 위해 현재 가치로 14억달러(약 2조392억원)를 들여 그린란드 구입을 희망했으나 거절당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19년 보도에서 그린란드의 값어치가 최대 1조7000억달러(약 2476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파나마 운하 역시 미국 경제와 안보의 급소에 해당한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km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주도로 1914년에 완공되었다. 미국은 이후 85년 동안 운하를 관리했으나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를 소화하는 파나마 운하의 최대 고객은 미국이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 센터 산하 극지 연구소의 셰리 굿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1867년에 러시아에게서 알래스카주를 매입하고, 본토에서 한참 떨어진 파나마 운하를 주도적으로 건설한 것은 정신 나간 행동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2018년부터 북극 항로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며 "미국은 본토를 보호하기 위해 본토와 가까운 모든 영토를 확보하고, 적대국이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