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영 서울아산병원 교수 “루게릭병 환자 생존율 높일 방법 찾았다”
2013.11.21 17:41
수정 : 2013.11.21 17:41기사원문
운동신경세포만 손상시키는 희귀난치성질환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사진)팀은 최근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 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 또한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프로게스테론이 체내 소기관의 세포 폐기물을 제거하는 자식작용을 촉진하면서 루게릭병의 대표적 유전 발병인자인 돌연변이 단백질 SOD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루게릭병에 걸린 유전자 변형 생쥐를 프로게스테론 투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고 로타로드(rota-rod) 검사를 이용해 운동 능력 정도를 측정한 결과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정상 생쥐의 5% 정도의 운동 능력만 남아 있었지만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 정도의 운동 능력 보존 효과를 보였다. 또한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했을 때의 생존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0%가량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은 이미 인체 내에 존재하고 있고 이번 연구 기간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에서 독성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치료제 개발 시 임상 적용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50년째 투병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루게릭병은 세계적으로 35만명, 우리나라에도 3000여명이 앓고 있지만 원인도 분명하지 않고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약물은 수개월 정도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뿐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메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루게릭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루게릭병과 마찬가지로 비정상 단백질의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신경질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질환 전문 학회지인 '질병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Disease)' 최근호에 실렸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