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SNS 범죄에 멍드는 한국사회(상)---진화하는 SNS 범죄와 피해유형
2014.02.03 16:28
수정 : 2014.10.30 00:20기사원문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진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SNS가 일상화됐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SNS를 통해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눈다. 어떤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개방성과 신속성을 앞세워 인간관계를 맺는 새로운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같은 특성이 되레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특히 SNS를 통한 범죄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사회적 장치는 미흡하다. 파이낸셜뉴스는 SNS를 이용한 범죄 실태와 문제점,개선방안 등을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1)진화하는 SNS 범죄…범죄유형 및 피해실태
2)줄줄새는 개인정보 SNS 범죄로 악용
3)"폭력보다 무서운 SNS 속 왕따"…사이버불링에 떠는 청소년들
4)이대론 안된다…개선 방향은
강력한 전파력과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 등 SNS를 대변하는 말은 한결같이 강력하고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SNS의 개방성과 신속성은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회원 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스팸, 피싱 등의 사기에 이용되는가 하면 최근 들어 SNS에 담긴 개인정보나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해 기존 오프라인상의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SNS를 이용한 범죄는 일반 범죄와 달리 시간·공간상의 제약이 없고 수법도 빠르게 진화해 대응하기 쉽지 않다.
■확산되는 SNS범죄…피해 심각
3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윤해성·박성훈 연구팀에 따르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싸이월드 등 국내 주요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도권 거주자 1000명(남성 508명, 여성 4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6.9%가 SNS를 통해 이같은 범죄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0명 중 169명이 범죄 피해에 한 번은 노출됐다는 뜻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범죄가 7.6%로 가장 많았고, 사기범죄(7.0%), 스토킹(6.9%), 사칭(4.3%), 인격적 법익침해(1.8%) 순이다.
이는 지난 2010년 기준 '전국범죄피해조사'에서 나타난 개인범죄 피해율(사기, 절도, 성폭행, 강도, 폭행·상해, 협박, 괴롭힘 등) 3.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재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피해의 양상이 현실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피해와 비교해 볼 때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SNS 범죄로 인한 정신적 피해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범죄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 중 1명 꼴로 우울증이나 두려움, 자살충동,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범죄를 경험한 이후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성범죄나 사기 범죄를 당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을, 스토킹이나 인격적 법익침해를 당한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각각 호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소수이긴 하지만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답해 SNS 범죄로 인한 피해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SNS 범죄…유형도 제각각
형사정책연구원 연구팀은 SNS의 유형과 관련해 의미 있는 연구자료를 내놔 눈길을 끈다.
윤해성·박성훈 연구팀은 'SNS 환경에서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적 대응에 관한 연구'자료를 통해 SNS에서 당한 범죄피해 유형을 성범죄, 인격적 법익 침해(명예훼손 및 모욕), 사기, 사칭, 스토킹, 사이버따돌림 등 6가지로 분류했다.
성범죄는 SNS를 통해 일어나는 성희롱, 성매매 권유 등으로 나뉜다. 인격적 법익 침해는 명예훼손 및 모욕, SNS를 통한 허위사실유포, 개인정보유포 등이다.
사기에는 SNS를 통한 피싱, 스미싱, 파밍 및 가짜이벤트(fake offering)등이 있다. 사칭은 연예인 등 유명인을 사칭하는 것과 성별이나 소속 및 지위를 속여서 활동하는 것 등이다. 스토킹은 SNS상에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 등을 반복적으로 보내는 형태를 일컫는다. 마지막 유형인 사이버따돌림은 SNS 상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왕따' 현상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SNS 범죄의 위험성을 진단하기 위해선 먼저 관련 유형분석과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재 국내에서 발생한 SNS 범죄는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SNS 범죄도 큰 틀에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