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숭배' 종교 집단이 부른 참극

      2017.04.19 16:25   수정 : 2017.04.19 16:25기사원문
3년 전 경기 부천에서는 한 어머니가 아들 A군(당시 만 3세)을 잃었다며 실종신고했다. 어머니 최모씨(41)는 아이가 실종된 지 한 달이나 지나 신고하면서 정확한 실종 장소 등은 얼버무렸다.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최씨가 아이를 키우다가 힘들어 버렸거나 사고사를 당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실마리가 나오지 않으면서 사건은 미제로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수사가 올 4월 들어 급물살을 탔다.
A군이 숨지지 않았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경찰이 미취학 실종아동 소재 수사를 집중적으로 벌이던중 단서가 나왔다. 한 때 최씨와 한 공간에서 지낸 한 여성은 "A군이 진돗개를 영물로 섬기는 사람들과 집단생활을 하다 구타를 당해 죽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친모 최씨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최씨 등은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서 진돗개를 키우며 집단생활을 하는 종교단체에 빠진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진도견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체 회원으로, 진돗개에게 "OO님 먼저 내려가시지요" 같은 극존칭을 썼으며 개가 짖으면 상대방에게 악귀가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4년 2월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아들과 딸을 데리고 이 빌라에서 공동체 생활에 들어갔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함께 살던 종교단체 회원 김모씨(52)는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A군을 수차례 폭행했다. 급기야 같은해 7월 A군은 어머니 최씨가 보는 앞에서 김씨가 휘두른 나무 주걱에 입술이 터질 정도로 맞았다. A군이 오줌을 못 가리는 게 악귀가 들려서라며 이를 내쫓기 위해서는 때려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과정에서 A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이후 김씨와 최씨는 교주 아내와 함께 A군 시신을 나무 상자에 담아 또 다른 근거지가 있던 전북 전주 주변 야산에 묻었다. 이들은 멧돼지가 시신을 파내면 범행이 들통날까봐 사흘 뒤 시신을 꺼내 그 자리에서 태운 뒤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이후 최씨는 단체를 떠났지만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단체 지시대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결국 3년여 만에 범행 전말이 드러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씨와 최씨 등 5명을 검거, 그 중 4명을 폭행치사,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발생 한 달 뒤 신고를 한 점 등 의문점이 있어 지속적으로 수사하던중 집단생활 이탈자의 결정적 진술을 확보, 사건 정황을 파악하게 됐다"며 "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진술을 얻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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