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수주절벽 탈출' 일등공신은 초대형 유조선

      2017.05.09 17:54   수정 : 2017.05.09 17:54기사원문



조선산업이 초대형 유조선(VLCC, Very Large Crude-oil Carrier) 수주 증가 덕분에 회복 조짐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경기 회복의 가장 큰 견인차인 VLCC는 최근 유가 회복세와 노후 선박 교체, 낮은 선가 등 덕분에 수주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각에선 조선경기가 암흑의 '수주절벽'에서 벗어나 바닥을 쳤다는 긍정적인 분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초대형 원유운반선인 VLCC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총 12척의 VLCC가 발주되면서, 지난해 연간 발주량인 14척을 벌써 넘어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 들어 총 18척, 16억 달러 규모를 수주했는데 이중 절반인 9척이 VLCC이었다"면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올해 거둔 수주 실적에서도 VLCC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의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 회장이 소유한 세계 최대 유조선 선사인 프론트라인(Flontline)으로부터 VLCC 4척을 수주했다. 2척은 건조 주문이 확정됐고 2척은 옵션으로 포함됐다. 전체 계약금액은 3억2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VLCC 건조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맡게 되며, 건조된 선박은 2019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그리스의 선사인 캐피탈 마리타임(Capital Maritime)과 VLCC 최대 8척을 건조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통상 선사는 발주 전 단계로 조선소와 투자의향서를 먼저 체결하며 이후 큰 상황 변화가없으면 대부분 최종 계약을 하게 된다. 본계약은 4척의 VLCC 건조와 함께 추가 4척은 옵션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아직 본계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전체 계약 규모는 6억5천만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싱가포르의 BW사로부터 VLCC 4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이 마지막으로 VLCC를 인도한 것은 2012년으로, 이번 수주로 인해 삼성중공업은 5년 만에 VLCC 건조 시장에 복귀하게 됐다. 전체 계약 규모는 3억3479만 달러로 알려졌으며, 건조된 선박은 2019년 7월까지 인도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자회사 마란 탱커스로부터 31만8000t 규모의 VLCC 3척을 2억5000만 달러에 수주했고, 지난달에는 현대상선과 최대 10척의 VLCC에 대한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대상선은 정부가 조성한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번 선박 발주에 활용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조성한 선박발주 기금은 원래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한 컨테이너 선박 발주용도였다"면서 "하지만 현대상선이 컨테이선보다 조건이 훨씬 좋은 VLCC로만 선박을 대거 발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VLCC의 가격 하락은 선주사들의 선박 발주를 부채질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VLCC의 신조선가(신규 건조 선박 가격)는 8000만달러 수준까지 하락하며 지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일부 선박 연령이 1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회복세, 동남아 지역 정유공장의 신규 가동 등도 VLCC 발주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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