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했는데 왜 주머니가 가벼울까
2017.05.10 19:41
수정 : 2017.05.10 19:41기사원문
현재 한국 경제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은 저성장과 불황이다. 경기의 변동과 순환 사이클인 호황과 불황은 언제나 오고 가는 것이지만, 개개인이 얼마나 성실하게 경제활동을 하는가와 상관없이 개인의 삶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그 끝이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변동에 대한 지식은 경제학도나 전문가들만의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디언은 마지막 들소까지 잡아먹지 않는다' '돼지 사이클로 움직이는 경제' '맥주 주문은 늘었는데 왜 공장은 멈췄나' 등 목차만 봐도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경제서적의 어려움에 고개를 젓던 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경기변동의 원리를 보자. 저자는 누구나 다 아는 타자기의 라이프사이클을 예로 들었다. 타자기는 등장 초기 신기술로 각광을 받았고 곧 만년필을 대체하며 시장을 장악했지만 컴퓨터의 등장으로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졌다.
경기 변동은 이러한 라이프사이클의 총체적 확대다. 여러 영역에서 한꺼번에 많은 신제품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과거에 지배적이던 제품들이 쇠퇴하고 사라져간다. 이런 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경기가 불황에 접어드는 상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경기변동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돼지 사이클'로 설명해준다. 알 수 없는 경우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했다. 크게 기뻐한 축산 농가는 당연히 더 많은 돼지를 키우게 된다. 그들이 더 많은 새끼 돼지를 구입하자 새끼 돼지의 가격이 크게 오른다. 그리고 이들은 암퇘지도 팔지 않는다. 암퇘지 공급이 줄고 도축한 돼지의 가격은 계속해서 오른다면 물류업체의 냉동창고는 텅텅 비게 된다. 이 때 판매 상인이 사재기에 나서면 결국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가격이 미친듯이 오른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선택한다. 소비자의 외면이 이어지면 결국 돼지 고기는 시장에 넘쳐나게 된다. 가격은 즉시 떨어지고 축산 농가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손해가 이어지면 돼지 매도가 더욱 늘고 결국 헐값에 거래된다. 소비자들이 싼 가격으로 내려선 돼지 고기를 더 많이 선택하게 되면 다시 돼지 고기 가격은 상승한다. 이러한 '돼지 사이클'은 오늘날 경제현상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경제적으로 생각하고 더 영리해졌지만, 그러한 대응은 대체로 더 큰 변동을 촉발한다. 경기변동을 더 극심하게 만드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와 대응을 저자는 '국면적 본능'이라고 표현한다. 경기가 순환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도 사람들은 좀처럼 그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각 국면의 문제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불황기, 기업의 대처 방식은 어때야할까. 독일 IBM 최고기술경영자를 지낸 실물경제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동기부여, 인사관리, 마케팅, 판매, 재정 등 기업 활동의 제반 영역을 하나씩 따기며 호황기와 불황기에 기업들의 변화를 짚어준다.
제품 품질의 측면에서 저자는 "가장 합리적인 제품은 불황 초기에 나온다"고 말한다. 호황에는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지만, 불황 초기가 되면 가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제품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매 시기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보면 이와 같은 경기변동의 각 국면적 특징에 함몰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도 개인도 '돼지 사이클'과 같은 좁은 시야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극단적 경기변동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불황의 그늘이 깊은 지금, 호황과 불황이라는 경기 변동에도 균형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저자의 조언을 깊게 새겨보자.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