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참여했다 거덜 난 파키스탄

      2018.07.23 17:18   수정 : 2018.07.23 17:18기사원문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으로 서방 세계와 맞서려는 중국이 핵심 참여국인 파키스탄의 위기로 5년 가까이 이어온 사업을 망치게 생겼다.

파키스탄 정부의 빚이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한계에 달했기 때문인데 만약 이달 총선 이후 들어서는 신정부가 서방 기구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경우 중국의 자존심이 크게 구겨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이 올 가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앞두고 있다며, 일대일로 사업에 비판적인 야당이 이달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사업 전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기형적인 개발 구조

일대일로는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2049년까지 중국 서부와 유럽,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경제벨트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계획에서 육상 개발의 '본보기' 국가로 중국은 지난 3년간 620억달러(약 70조원)를 들여 파키스탄에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WSJ는 현재 전체 사업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것은 190억달러어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업이 더딘 이유는 기형적인 개발 구조와 파키스탄의 재정난 때문이다.

WSJ는 미국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복구를 위해 추진했던 마셜계획을 언급하면서 당시 미국이 가난한 유럽 국가들에게 조건 없이 돈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난한 신흥시장 국가들에게 돈을 주는 대신 반영구적인 조건으로 빌려줬다.

그 결과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중국과 사업을 확장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의 대외부채는 올해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의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WSJ에 "도대체 어떻게 이 빚을 다 갚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WSJ는 빚과 경제난을 감안했을 때 25일 총선이후 들어설 파키스탄 신정부가 올해 초가을 무렵에 2013년 이후 처음으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IMF로부터 80억~100억달러에 이르는 돈을 빌려야 한다고 추정했다

■화난 참여국들, 중국 속내 의심

25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야당 '테르히르 에 인사프(PTI)'의 임란 칸 대표는 지난 3월에 CPEC의 일부인 라호르 경전철 사업을 지적하고 "이러한 수익성 나쁜 거대 개발에는 항상 뇌물 문제가 뒤따른다"며 현 정권을 비난했다.

PTI측은 CPEC 사업이 중국 업체와 정부 간의 물밑 협상으로 진행된다고 보고 계획 자체를 폐기 하지 않겠지만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불만은 파키스탄뿐만이 아니라 일대일로 참여국 전반에 걸쳐 흘러나오고 있다.

파키스탄에 이어 2번째 일대일로 수혜국으로 불리는 말레이시아는 이달 중국 남부와 말레이시아를 잇는 200억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네팔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상반기에 중국 기업이 짓기로 했던 발전소 건설 계획들을 취소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6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결렬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6일 영국 시장조사업체 FT컨피덴셜리서치를 인용해 라오스를 비롯해 일대일로에 참여한 동남아 6개국의 빚이 신흥시장 평균보다 높다고 경고했다.


WSJ는 중국이 IMF 대신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빚을 탕감해 줄 수도 있다면 서도 그 대가로 전략적 요충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지난 4월 중국이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등 경제성이 거의 없는 지역에 일대일로를 구실로 투자한 뒤 운영권을 따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겉으로는 일대일로 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사 전략에 기반을 두어 투자하면서 신흥시장 국가에 빚을 안겨주고 대신 전략적 거점을 가져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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