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정상회담 임박, 실질적 영향? "제한적 수준"

      2019.04.23 14:31   수정 : 2019.04.23 14:31기사원문
북러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북한이 제재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포스트 하노이'체제에서 우방국과 관계를 확인하는 정치적 효과 외에 북한이 원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곧 러시아를 방문하게 됐다고 전하며 방문기간 동안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는 집권 이후 처음이며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공식화한 것을 고려하면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양측이 조율을 마친 것으로 보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 사이에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러와 북러정상회담을 지렛대 삼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과 견고한 대북제재 압박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미중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 연대해 활로를 찾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 미국에 대응하는 북·중·러 삼각협력 관계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효과 외에 대북제재라는 당면한 경제적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 하락 장기화가 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에너지 자원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러시아가 적극적 대북지원을 해주는 것은 무리수다.

인도적 지원의 명목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견고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속에서 이런 방식의 지원도 임시방편일 뿐 북한의 경제 상황을 개선시키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주 러시아를 찾은 것도 북러정상회담의 개최를 고려할 경우 러시아에 불법적 선박환적 방식의 지원 증거를 들이밀며 대북지원을 멈출 것을 주문하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대사관저에서 열린 외교부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고, 문제의 일부가 아닌 해결의 일부"라면서 러시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북러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러시아의 대북지원을 사전차단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러시아도 대북지원과 관련된 제재를 받고 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인 만큼 북한의 의도대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정말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핵을 내려놓을 의지가 있다면 북한에 핵심적인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 줄 다양한 사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겠지만, 핵 포기가 의사가 없다면 북러정상회담은 정치적 구호나 외교적 수사에서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러정상회담 자체는 북한과 러시아 모두 개최 사실에 대해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서 만남은 24일과 25일 이어지고, 24일에는 만남과 만찬을, 25일에는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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