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공안직이 아닙니까...美·日보다 한참 낮아"
2019.06.24 14:31
수정 : 2019.06.24 14:31기사원문
경찰이 기본급 인상을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선 가운데, 숙원인 '공안직 수준의 봉급 인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행정직 공무원과 비교한 우리나라의 경찰·소방직 공무원의 기본급 비율은 해외 사례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현장직일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기본급 우대', 미국의 3분의 1
24일 경찰청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순경~경감 계급의 평균 기본급은 304만9906원으로, 행정직 동일 계급인 9~6급 평균 기본급(288만7514원)보다 5.3% 높다.
현장직으로 분류되는 경위까지의 기본급만으로 비교했을 때는 불과 1% 밖에 높지 않아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반면 공안직 공무원 1~6급의 기본급과 비교할 경우 2.7% 밑돈다.
해외의 경우 경찰직이 속한 미국의 '법집행관'과 일본의 '공안직(1)'의 평균 월급은 행정직 대비 각각 14.8%, 9.7% 높았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직급에 따라 기본급 차이가 행정직 대비 최 20% 넘게 차이나는 구간도 있다.
국내 경찰직 공무원은 해외에 비해 기본급 우대 폭이 낮은 셈이다. 국내의 경우 경사(7급 상당) 기준으로 2016년 들어서야 행정직 기본급보다 높게 책정되는 등 인상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경찰이 기본급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유다.
경찰은 지난 2016년부터 위험근무 및 출동업무 수당 등이 신설돼 실수령액은 기본급에 비해 높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근무가 긴 업무 특성을 반영한 것에 불과한데다, 수당도 기본급 대비 낮게 책정돼 있어 오히려 이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편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직과 다르게 야간, 밤샘 근무가 있어 수당이 나오는건데, (급여를) 더 받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와 억울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공안직 공무원 수준의 기본급 책정은 경찰의 오랜 숙원이다. 공안직에는 교정, 검찰, 출입국관리, 철도경찰, 감사원, 경호처, 국정원, 법원경위 등이 속한다.
경찰은 1969년부터 공안직에서 분류됐지만, 계급 신설로 인한 직급 차이 등 규정 상 허점으로 인해 1979년부터 기본급이 공안직에 뒤쳐지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기본급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경찰 봉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공안직 수준 인상'…현실적 어려움도
다만, 기본급 인상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예산 문제가 꼽힌다. 경찰·소방직을 합해 약 16만명에 달하는 인원에 대한 기본급 인상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공안직과 동일한 계급에 맞춰 기본급을 올릴 경우 연간 1200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 봉급을 책정하는 인사혁신처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무 효율화를 통해 수당 등 절감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근무혁신 등으로 전년 대비 수당을 500억원 넘게 절감했다"며 "자구책을 세우면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경찰관의 유착 의혹이나 부실 수사 논란 등으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난점으로 지목된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봉급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추진에도 힘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경찰관 월급 인상을 공론화하고,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국회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의원실 및 관련 기관 섭외를 위한 협의 중"라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