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앓는 5살 압박치료...法 "학대 아니다"

      2020.01.14 15:59   수정 : 2020.01.14 16: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폐증을 앓는 5살 여자아이를 학대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작업치료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신체적·물리적 접촉이 불가피한 감각통합치료행위냐, 아동학대냐를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본지 2019년 6월 24일 26면 참조>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5단독 이승연 판사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혐의로 기소된 작업치료사 강모씨(3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강씨는 2018년 9월 경기 부천시의 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던 중 자폐 2급 장애아동 A양(7)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양이 강씨에게 다가와 놀자는 모습을 취하자 아동의 머리에 '빈백(콩처럼 작은 알갱이가 충전돼 있는 쿠션의 일종)'을 세게 수 회 떨어뜨렸다"며 "A양에게 '이 놈'라고 외치며 고무재질의 스쿠터패들 이용해 피해아동 옆 바닥을 치고 손바닥을 때리고 밀쳤다"고 주장했다.


또 "볼풀장에서 A양의 목덜미를 수회 잡아누르고 빈백으로 아동의 얼굴을 누르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며 "양손으로 울고있는 A양의 양발을 잡아 거꾸로 올려 끌고 갔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강씨는 A양의 자해행위가 발생한 이후 상해 위험이 존재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아동을 진정시켜 상해를 방지하려고 했을 뿐, A양에게 신체적 폭력을 가하거나 가혹행위를 한다는 인식과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자폐아동이 머리 위에 빈백을 올린 채 걷거나 빈백 위에 자폐 아동을 던지는 방식으로 고유수용성 자극을 주는 감각통합치료방식이 존재하고, 던지는 방식 또한 강씨가 한 행동과 유사하다"며 스쿠터 패들을 통한 훈육 방식 역시 "폐쇄회로(CC)TV에 나타나는 신체접촉의 강도 및 스쿠터 패들의 재질이 고무인 점 등에 비춰 신체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자해행위를 계속하는 A양에게 빈백을 이용해 목덜미나 가슴 등을 누른 강씨의 행위에 대해서도 "자폐아동의 심부를 눌러 아동을 진정시키는 감각통합치료방식이 있다"고 봤다. 이어 "'치료행위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해서 바로 그 행동을 아동학대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동 감각통합치료를 하는 작업치료사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병진 작업치료사협회장은 "이번 무죄 판결을 통해 작업치료사들이 다시 아동에게 좋은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보다 더 엄격한 윤리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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