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인상" vs. "부정 근절" 공무원 초과수당 평행선 여전

      2020.05.03 17:48   수정 : 2020.05.03 17:48기사원문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이 올해 노·사 협상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수차례 협의에도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노조 측은 '수당 금액 현실화'를 내세운다.

9급 공무원 초과수당이 최저시급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정부는 부정수급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액을 높인 만큼 부정하게 지급되는 돈이 많아질 거란 우려다. 다시 노조는 수당 현실화가 부정수급 유인을 줄인다고 반박한다. 일한 만큼 돈을 못받는 상황에서 보상심리가 작동하는 탓에 부정수급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논쟁이 반복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당체계를 실험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5급 이하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제도인 만큼 단계적 검토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4차례 만났지만 이견 못좁혀

작년 8월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개선 실무협의회'가 꾸려졌다. 초과수당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무원보수위원회'가 별도 협의회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초과수당으로만 주제를 좁혀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눠보자는 취지다. 협의회는 노조·사측·민간 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네 차례나 만났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두 가지 쟁점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수당 현실화'와 '부정 수급 근절'이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우선순위가 달랐다.

공무원 수당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산정 기준은 '기준호봉 봉급액'의 55%다. 여기에 1.5를 곱한다. 민간은 '통상임금 100%'에 1.5배를 가산한다. 공무원이 민간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올해 9급 공무원의 시간외수당은 8798원이다. 민간 분야 시간외수당 1만2885원(최저시급 8590원x1.5)의 68%에 불과하다.

협의회에 참석했던 공주석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현 초과근무수당(기준호봉 봉급액의) 55%를 단계적으로 민간수준인 100%로 올려야 한다"면서도 "예산이 많이 소요돼 정부가 한 번에 못올리는 건 이해한다. 민간위원들도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의견을 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1시간 '공짜 근무'도 문제다. 공무원은 3시간을 야근해도 2시간분만 받는다. 휴게시간, 저녁식사 시간 등을 이유로 매일 1시간을 일률적으로 공제한다. 일한 시간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단가인상 먼저냐, 부정수급 근절 먼저냐

인사처는 부정수급 근절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간외수당 단가를 올려도 부정수급이 계속되면 '밑 빠진 독에 불붓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수당 부정수급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영우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중앙부처 44곳 중 28곳(64%)에서 907명이 부정수급으로 적발됐다. 2018년 중앙, 지자체 공무원들이 타낸 초과근무수당은 총 1조4600억원에 달한다. 자체 감사가 아닌 신고 위주로 부정수급 적발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수 수당이 허투루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노조는 초과근무수당을 임금 보전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며 "국정감사 때마다 부정수급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단가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정수급 문제는 노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수당 단가를 높이는 작업을 병행해야 부정수급의 유인도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공주석 위원장은 "수당 최대치인 67시간을 무조건 채우려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직원들이 왜 초과근무에 목숨을 거는 지를 고민해봐야 하는데 인사처는 현행 제도에서 위법한 사항만 지적하고 감사만 하겠다는 자세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수당 단가를 인상하고 초과근무시간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여러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인 만큼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이번 협의회만이라도 '단가 인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전문가는 "이번 실무협의회가 '보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꾸려진 걸로 들었다"며 "보수 인상률을 정하는 위원회에서 시작된 논의로, 이번엔 단가 인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보수 인상율을 논하는 테이블에 부정수급 문제를 올리는 것 자체가 논점을 이탈했다는 견해다.


전면 도입에 앞서 시범도입을 통한 성과분석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군산대학교 행정학과 황성원 교수는 "일부 기관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해보고 단계적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면서 "한 번에 바꾸긴 어렵다.
미국의 경우 공직사회가 계급제에서 성과 중심의 직위분류제로 옮겨가기까지 50~100년이 걸렸다"고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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