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많아도 '다문화' 이유로 주택특별공급… 내국인 역차별

      2020.09.27 17:52   수정 : 2020.09.27 20:14기사원문
다문화가족 지원이 '묻지마' 식으로 이뤄져 국민세금이 과도하게 낭비돼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다문화가족법)상 다문화가족 범위가 포괄적이고, 정책에 별도 지원요건이 규정돼 있지 않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필요와 재산·소득 수준 등 지원조건을 세분화해 형평·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다른 가족 유형에 비해 다문화가족 지원이 폭넓게 이뤄지는 것은 다문화가족법이 다문화가족의 범위를 추상·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해당 법은 △한국인과 결혼 이민자(외국인)로 이뤄진 가족 △한국인과 귀화자로 이뤄진 가족을 다문화가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이민자로 이뤄진 국제결혼 가족뿐만 아니라 재미동포와 한국인이 결혼해 구성한 가족도 다문화가족에 해당된다. 결혼이민 후 일정 시간이 지나 부부 모두 한국 국적자인 경우도 법률상 다문화가족이다.

'자산가' 다문화가족 선별장치 없어


문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포괄적 정의가 복지제도의 형평성 등 시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 정착에 불편함이 없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경우에도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민참여 포털시스템인 '국민신문고'에는 역차별 문제에 민원을 제기하는 글이 매달 1~2건씩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금전적으로 형편이 넉넉한 결혼이민자나 귀화자, 재외동포에 대한 선별장치가 없다는 것도 제도의 맹점이다.

다문화정책을 시행하는 일부 정부부처 내에서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집중적 지원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정책과 일반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이 이미 있는데 다문화가족만을 위한 정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국 영주권자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등 다른 유형의 이민자정책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의 경우 영주권자가 결혼이민자보다 더 많은 지원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국은 그 반대라는 점에서다.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민자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다문화가족은 외국인이나 영주권자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훨씬 좋고, 지원센터와 같은 인프라도 전국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제도 미비로 인해 차별적 인식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은이 시흥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초창기 정책적 필요에 의해 다문화가족을 취약계층으로 일반화하면서 일반 국민이 역차별에 불편함을 느끼고, 다문화가정 사이에서는 이권 다툼이 생겼다"며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일반 가정 아이들과 더 구분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불필요한 지원 없애야"


올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관련 예산이 각각 625억원, 315억원 증가한 가운데 총괄부서인 여성가족부도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결국 예산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세밀한 지원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최윤철 건국대 이주·사회통합연구소장은 "다문화가족이라고 일괄 지원하기보다는 경제 수준과 언어능력을 고려해서 불필요한 부분은 지원하지 않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문화가족을 별도 가족유형으로 나누지 말고 '가족지원'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통합시켜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강 센터장은 "이제 다문화가족도 일반적 가족이 느끼는 생애주기별 욕구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며 "다문화가족지원법이 '가족지원법'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어려움을 겪는 다른 유형의 가족들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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