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대전'에 외인 자금 빠질까..전문가들 "근거없다"

      2021.01.31 13:51   수정 : 2021.01.31 13: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스피가 외국인의 매도세에 16거래일 만에 3000선을 내줬다. 일각에서는 미국 증시에 불어닥친 '게임스톱 공매도 대전'으로 외국인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1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내리 '팔자'를 유지하며, 총 5조622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물량이 쏟아진 여파에 지수도 나흘 연속 하락세를 기록, 29일에는 2976.21까지 급락하며 1월 6일(2968.21)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벌어진 미국 게임스톱발(發) 악재가 외국인의 '엑소더스(대탈출)'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스톱 사태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이용자들을 필두로 월가의 투기세력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 발단이다. 이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을 집중 사들여 주가 하락에 배팅한 헤지펀드 등 기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려고 한다. 태풍의 중심에 있는 미국 비디오게임업체 게임스톱의 주가는 1월 26일 92.71%, 27일 134.84% 폭등했다가 28일에는 44.29% 감소한 뒤 다음날 다시 67.87% 급등하는 전례 없는 '널뛰기 가격'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임스톱 헤지펀드들의 손실 규모는 지난 기준 29일 기준 197억5000만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고 CNBC는 보도했다.

태평양 건너 동학개미도 이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외국인의 매도세와 게임스톱 사태를 연결시키며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게임스톱 사태가)우리 증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이머징 마켓 패시브(인덱스) 펀드자금이 많다. 패시브 펀드는 국가별 투자 비중을 맞춰 들어가는데, 최근 우리나라 시장의 비중이 늘면서 이를 줄이는 매도가 이어졌고, 달러 강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시장의 수급만 놓고 보면 체감상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진단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전체에서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7.63%로, 지난해 말(36.51%)보다 더 높은 규모다. 2019년 말(38.15%)과 비교해서도 그 격차가 크지 않다. 즉, 외국인 자금은 늘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게임스톱이 국내 증시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잘못된 분석”이라며 “단기적인 숫자만 보고 얘기를 하면, 근거 없는 허황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는 개인의 시장진입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뛰자 차익실현에 나서려는 외국인의 일부 물량이 나오는 것일 뿐”이라며 “전체 시장 비중을 보면 한국시장에서 외국인은 사지도 않고, 팔지도 않는 ‘현상유지’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의 이탈 이유는 현재 코스피에 대한 가격 부담과 중국발 긴축 등 우려 때문”이라며 “게임스톱 사태는 일부 심리적인 영향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더라도 이번 사태는 글로벌 증시가 ‘버블의 정점’에 달했다는 위험신호라는 측면에서 예의주시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현석 센터장은 “공매도 세력을 때려잡겠다는 일념으로 우량기업이 아닌 게임스톱에 매수가 집중되는 행태는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이벤트”라며 “현재 글로벌 증시는 ‘미국이 부러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나쁜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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