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 부동산도 올랐다...30년만에 '최고'
2022.01.26 15:16
수정 : 2022.01.26 15:16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부동산 버블 붕괴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일본 수도권 지역의 신축 맨션(한국의 아파트격) 평균 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초저금리를 활용해 도쿄 도심부에 '마이 홈'을 갖고 싶어하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나 임대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고령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부동산 경제연구소는 26일 2021년 수도권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이 전년대비 2.9% 상승한 6260만엔(약 6억5800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의 거품 경제가 정점을 찍었던 1990년(6123만엔, 약 6억4400만원)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버블 붕괴 이후 가격이 회복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는 것이기도 하다. 고소득자임에도 한국에 비해 월세 거주자가 많은 것도 '사면 손해다'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후 약 30년간에 걸친 '부동산 필패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도쿄올림픽 개최 전후다. 올림픽 개최 후 관광 수요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지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필패 신화에 1차 균열을 가했고, 수도권 지역의 높은 월세 수준을 감안할 때 차라리 1~2%밖에 되지 않는 초저금리를 활용해 집을 사는 게 낫다는 판단도 함께 작용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거주 공간의 중요성이 커졌고, 못도 제대로 박지 못하는 월세보다는 자가주택에 대한 열망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것도 가격 상승의 큰 이유이다. 더욱이 지난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일본 수도권 신축 맨션 공급물량(3만2500가구)은 과거 2000년 정점기의 3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도쿄 23구의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7.5% 상승한 8293만엔(8억7100만원)으로 30년 만에 8000만엔을 넘어섰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약 1000만엔(1억 500만원)이 상승했다. 전체 신축 가운데 1억엔(10억 5000만원) 이상 물건은 8.2%다. 부동산 경제연구소 측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의 주택 구입 의욕이 왕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서울의 강남으로 불리는 도쿄 미나토구, 지요다구 등의 고가 맨션들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도쿄 주오구에서 올림픽선수촌을 정비·전용한 맨션의 경우 70㎡ 기준으로 분양가가 약 6000만엔 내외였는데, 평균 경쟁률 8.7대 1을 보이며 모두 완판됐다. 신축 맨션 공급량은 23.5% 증가한 3만3636호로 3년 만에 증가했다. 도쿄 23구(21.8%증가)뿐만 아니라 인근 가나가와현(54.1%증가)과 사이타마현(32.2%증가) 등에서도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