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받는 가사노동자 '월 실수입 17만원'
2022.04.24 17:51
수정 : 2022.04.24 17:51기사원문
근무지 이동 시간이 공식적인 근무로 반영되지 않는 것 등이 주요 원인이다.
서비스 제공업계도 오는 6월부터 시행 예고된 법령과 어려운 경영 탓에 가사노동자 근무환경 개선에는 정부지원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24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저임금위원회 의뢰로 가사노동자 67명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월 실수입은 17만6000원에 그쳤다. 실수입은 월평균수입에서 유류비,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제한 금액이다. 이를 노동시간으로 나눠 환산한 결과 가사노동자의 시급은 2151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9160원은 물론 택배노동자(8643원)나 음식배달노동자(8814원)의 평균 시급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처럼 가사노동자의 시급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공식 근무시간에 근무지 이동 시간이 포함되지 않아서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이 발표한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통해 살펴본 최저임금 적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는 교통비·식비 등 월평균 36만3000원 가까이 자부담하는데다 급여산정 시 근무지 간 이동시간이 업무시간으로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소장은 "가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근무지 간 이동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또 이에 따른 교통비와 함께 최소한의 식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관계자는 "일주일에 평균 5일, 하루 4~5시간가량 일하는데 업무 건수와 시간을 계산해 급여가 산정된다"며 "가사는 4시간에 보통 5만원 내외, 돌봄은 시간당 9000원에서 1만원 정도를 받지만 근무지 간 이동 시간은 업무 시간으로 쳐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는 일부 공립 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제하면 대부분 4대보험에도 가입이 돼있지 않다. 가사노동자 4대보험 가입률은 △산재보험 25.8% △고용보험 24.2% △국민연금 12.3% △건강보험 22.4% 수준이다.
가사노동자와 계약해 일감을 제공하는 플랫폼업체 측은 문제가 경영 상황의 어려움에서 비롯한다고 토로한다.
가사서비스 제공업계 관계자는 "가사노동자 수당 수수료가 대부분 민간업체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라며 "가사노동자에게 4대보험료 등 최소한의 복지도 지원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업체는 가사노동자 수당의 10~25%를 수수료로 책정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 가운데 오는 6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 시행 예고도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난관이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에게 노동자라는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업체로 하여금 최저임금 이상 급여 지급과 4대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하는 법률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