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민생안정대책, 천정부지 물가 오름세 억제 주효할까
2022.05.31 06:31
수정 : 2022.05.31 06:31기사원문
월간 물가 상승률 0.1%포인트 가량 낮출 것으로 예측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 곡물생산국 수출제한 등 공급차질 에너지·식량가격 인상
정부, 중장기 대책마련해 시행해야 물가상승세 잡힐 듯
[서울=뉴시스] 박석규 기자 = 정부가 지난 30일 생활물가 안정과 생계비 부담 경감, 중산층·서민주거 안정 등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첫 민생안정대책을 마련, 발표했는데 과연 물가가 안정될까.
기획재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월간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가량 낮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나 서민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5%대 진입이 임박했는데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생활·밥상물가와 교육·통신비 등 생계비,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총 10가지 민생안정 프로젝트 등을 담은 민생안정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31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물가정보 등에 따르면 이번 5·30 정부 물가대책에서 물가 상승률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 등 국가의 쌀, 밀 수출금지 등 상당 부분 원자재 가격인상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돼 대응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정부가 시장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최소화해 실효성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 중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 수출 제한 등에 따른 공급 차질로 글로벌 에너지·식량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것이 물가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돼지고기와 밀가루 등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을 일부 늘리는 등 '원가 절감'에 주력해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모두 조만간 5%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정부대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한은은 지난 29일 국회가 처리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물가를 0.1%포인트 밀어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무부처가 업계와 소통하며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이라며,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는 지원금 지급 등으로 생계비 부담을 직접 줄여주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해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세제·물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을 현실적인 면에서 최대한 마련한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중장기적 대응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조언했다.
단국대 김철현 생명공학대학(생명자원학부) 교수는 "정부가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시급하게 효율적으로 선택 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지만, 수입선을 다변화하거나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 국장은 "앞으로 국내외 물가 상황이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생활·밥상물가 안정 차원에선 직접적인 가격통제보다 할당관세와 부가가치세 면제 등 수입품의 원가 상승 압박을 줄여 궁극적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돼지고기와 식용유(대두유·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계란가공품 등 식품원료 7종에는 연말까지 할당관세(0%)를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수입 돼지고기는 현재 22.5~25% 관세율을 0%로 낮아지고 판매자들은 최대 20%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정부는 부동산 세제도 일부 완화했다.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 차원에서는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을 부동산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재검토한다. 올해 안에 보완방안을 마련해 내년 가격 공시분부터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글로벌 에너지·식량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서민 체감물가·민생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가 총 3조1000억 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긴급히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추 부총리는 “민생안정대책 논의에 이어 정부는 새 정부 국정철학을 반영한 경제정책방향을 준비 중”이라며 “민간과 기업의 혁신, 미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 노동·교육 등 전방위적 경제체질 개선 등 정책과제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물가안정을 위해 국내외 시장을 상시 점검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식품업체와 축산농가의 생산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자가격 인상 요인이 최소화되도록 관련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최종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식품업체 밀가루 구매 지원금 546억원과 농가 사료구매자금 109억원 확보했다.
그럼에도 최근 소비자 물가지수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4.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파값과 양배추 가격, 감자 가격 등 오름세를 잡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폭락 사태를 겪었던 양파가 한 달째 도매가격이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느슨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사자재 공급량이 많아진 덕분에 쌈채소 가격 등은 다행히 급등세를 멈췄다.
지난 1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16일 기준 양파 도매가격은 ㎏당 561원으로 전주 대비 40.42% 올랐다. 양파값 폭락으로 농가가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뒤늦게 수급 조절에 나선 결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육기에 저온과 가뭄을 겪으면서 겨울 양배추의 작황이 부진했다”며 “출하량이 줄어 제주도와 전남산 양배추 모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배추 가격은 오름세다. 올해 초 가격이 폭락해 산지 폐기까지 했던 양배추가 최근 들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가격이 인상됐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전날 기준 양배추 도매가격은 ㎏당 1351원으로 전주 평균 대비 56.37% 급등했다. 평년 가격(599원)과 비교해선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양상추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10월 갑작스러운 한파로 가격이 급등한 뒤 한때 안정세를 찾았다가 재차 오르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서는 봄철 양상추가 출하되는 다음달에는 가격이 안정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자가격 인상도 심상치 않다. 지난주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글로벌 물류대란과 작황 부진 영향으로 한동안 감자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전날 기준 감자 도매가격은 ㎏당 2687원으로 전주(2096원) 대비 28.19% 올랐다. 최근 1년간 최고치인 지난달 말 가격(2698원)에 근접하고 있다
감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작황이 부진하다. 여기에 물류 차질까지 빚어지며 감자 수입도 원활하지 않다. 이 영향으로 국산 감자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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