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약물 GHB, 기억의 살인자

      2022.08.08 11:05   수정 : 2022.08.08 11: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MBC 'PD수첩'이 2018년 11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이후 세상에 알려진 강간 약물 GHB를 이용한 성폭행과 불법 촬영의 실태 그리고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오는 9일 밤 10시30분에 방송되는 ‘기억의 살인자, GHB’에서는 지인이나 남자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했다가 끔찍한 일을 당한 여성의 사례가 나온다.

2018년 12월. 민정(가명)씨는 지인들과 강남의 클럽을 찾았다.

지인의 소개로 합석한 태국인은 그녀에게 술을 몇 잔 권했다. 평소보다 적은 양의 술을 마신 민정씨.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대화를 주고받던 어느 순간, 민정씨의 기억이 사라졌다.
그녀의 의식이 돌아온 곳은 호텔. 클럽에서 본 태국 남자와 함께 있음을 깨닫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녀에게 그는 성폭행을 저질렀다.

2020년 7월. 1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떠난 지현(가명)씨. 지현씨의 생일을 기념한 여행이었다. 온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연인은 자정에 맞춰 둘만의 생일파티를 했다. 케이크와 오렌지 주스를 섞은 와인을 곁들인 둘만의 파티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기억을 잃었다. 의식을 잃은 사이 그녀에겐 더욱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을 잃은 사이 성폭행과 불법촬영을 당했다는 피해자. 그런데 어디에도 증거가 없다? 사라진 기억, 사라진 증거. 피해자가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들이 지목한 것은 성범죄 약물로 알려진 GHB. 영업을 위해 GHB를 사용한다는 제보에 강남의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만난 제작진. 그들은 기억 상실, 빠른 효과와 배출까지, 전문가 못지않게 GHB의 특성을 설명하며 얼마나 널리 사용되는지 그 실태를 전했다.

GHB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투약 실험을 한 독일의 클레어 웰커 기자 또한 블랙아웃 된 상태에서 사람들의 지시에 따르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GHB의 위험한 특성을 강조한다.

2018년 11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이후 GHB가 세상에 알려졌다. GHB를 이용한 성범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경찰은 관련 수사지침까지 마련하며 수사 의지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성범죄에 이용되는 약물은 더욱 다양해졌고, 클럽을 넘어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약물 성범죄를 의심하는 피해자의 호소는 늘어가지만, 피해자의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여전히 수사 현장의 벽은 높기만 상태. 더욱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으로 2차, 3차 피해에 놓인다.


오는 8월 9일 밤 10시 30분 MBC PD수첩 ‘기억의 살인자, GHB’에서 버닝썬 사태 이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제대로 된 대안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약물에 의한 성범죄의 실태와 제도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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