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피해.. 한국산 철강 유럽 수출길 넓어지나
2023.02.16 15:50
수정 : 2023.02.16 15:50기사원문
강진 여파로 튀르키예 철강산업이 큰 피해를 보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유럽 최대 철강 수출국이었던 튀르키예가 당장 철강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업계의 대유럽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철강 강국' 튀르키예, 제철소 가동 중단
16일 튀르키예철강생산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튀르키예를 덮친 지진 여파로 현지 철강업계의 피해도 막대한 상황이다.
세계 철강 10대 강국 중 하나인 튀르키예는 유럽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다. 유럽철강협회(EUROFER)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수입한 철강 제품 가운데 튀르키예산이 15.2%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10.2%), 인도(9.5%), 중국(8.9%), 대만(7.3%) 순이었다.
또한 튀르키예는 고철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에서 튀르키예로 향하는 고철 가격은 글로벌 가격 기준이 될 정도로 튀르키예가 글로벌 철강 시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튀르키예로 보낼 예정이었던 고철이 갈 곳을 잃는다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내진용 강재 등 수혜 예상
이처럼 유럽에 가장 많은 철강 제품을 수출해왔던 터키가 지진 여파로 생산 라인을 제대로 가동 못하는 데다 사태 수습 후 인프라 복구 작업에 들어가면 철강 제품을 수출보다는 내수용으로 우선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유럽 수출 2위인 한국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튀르키예는 건설현장 소재인 철근, 형강을 생산해왔는데, 지진 복구라는 특수 수요가 생겼기 때문에 공급 부족을 해결해줄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정도”라며 “다만 튀르키예도 분위기상 중국에서 철강 제품 수입을 대폭 늘리진 못할 것이고 다른 유럽 국가들 또한 마찬가지여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민 교수는 “이번 지진 여파로 튀르키예는 새 건물을 지을 때마다 내진 설계를 요구할텐데, 이 경우 일반 강재로는 안 되고 내진용 강재를 써야 한다”며 “그동안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개발한 내진용 강재들이 빛을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철 가격 인하는 고철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를 주력으로 운영하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가 주력인 포스코와 달리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전기로가 주력이기에 원재료인 고철 가격의 하락은 수익성 개선 요인이 된다”며 “당장 눈에 띄는 고철 가격 변화는 없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