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바둑서 15전 14승..미국 아마 바둑기사 "다른 AI가 약점 찾아줬다"
2023.02.20 10:21
수정 : 2023.02.20 10:40기사원문
2016년 이세돌의 승리 이후 처음으로 인간 바둑 기사가 바둑 인공지능과의 대국에서 승리했다. 전적은 15전 14승으로 압도적이었다. 다만 이번 승리의 비결에는 또 다른 인공지능이 대국에 사용된 바둑 인공지능의 약점을 찾아내 주었다는 점이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아마추어 랭킹 2위인 켈린 펠린(Kellin Pelrin)은 인공지능 바둑기사인 카타고(Kata Go)와의 대국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전적은 15전 14승 1패.
이번 대국에는 이세돌과 상대했던 알파고(Alpha GO)가 나서지는 않았으나, 알파고와 동등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카타고가 펠린을 상대했다. 펠린은 컴퓨터의 현장 지원 없이 이번 대국에 승리했다.
펠린이 카타고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펠린이 또 다른 인공지능으로부터 카타고를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직접 전수받았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이 찾아낸 카타고 공략 전략을 펠린이 대국에서 완벽하게 구현해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공지능 기업인 FAR AI는 인공지능 바둑기사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카타고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100만 번 이상의 인공지능 대 인공지능 대국을 벌이게 했다. 아담 글리브 FAR AI 대표는 “이 시스템(카타고)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은 놀랍도록 쉬웠다”고 밝혔다.
대국에서 승리한 펠린은 “해당 프로그램으로부터 전수받은 필승법을 인간이 익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또 완전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며 중급 수준이라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정도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펠린에게 전수한 전략은 기존이 전통적 정공법을 피해 간헐적으로 귀퉁이에 돌을 두는 등 변칙적인 수법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펠린은 해당 전략이 “인간 기사라면 반응하기 쉬운 전략”이라고 밝혔다.
펠린은 카타고 외에 또 다른 바둑 인공지능인 릴라제로(Leela Zero)와의 대국에서도 승리했다.
이를 두고 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스튜어트 러셀 컴퓨터 과학과 교수는 해당 사례가 오늘날 가장 진보했다고 여겨지는 AI를 구성하는 딥러닝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보여준다며 “인간이 인공지능을 섣불리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딥러닝 시스템이 과거에 접했던 특정한 상황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 인간만큼 쉽게 일반화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