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있어야 수도권서 분양받아… 내집마련 꿈 더 멀어졌다
2023.05.09 18:07
수정 : 2023.05.09 18:07기사원문
청약을 준비중인 박모씨는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 분양가격을 보고 허탈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10억원을 넘어서면서 내집마련 꿈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재비·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여파 외에 규제 완화까지 겹치면서 분양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현재 정부의 가격통제를 받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4곳에 불과하다.
■수도권 국평도 분양가 10억원시대
실제 의왕시 내손동에서 공급 예정인 '인덕원 퍼스비엘' 전용 84㎡ 분양가는 10억5175만원으로 책정됐다. 용인시 기흥구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전용84㎡의 경우 분양가가 10억~12억원이다. '광명자이더샵포레나'도 같은 평형 분양가가 10억4550만원으로 10억원을 웃돈다.
수도권 분양가가 오르다 보니 같은 평형 기준으로 서울 청약 단지가 더 저렴한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서울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84㎡ 기준으로 8억6000만~9억9000만원대다.
국평 기준으로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9억6000만~9억7600만원,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11억6600만~11억7900만원 수준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13억원대로 입지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수도권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유명무실 고분양가 통제… "지금이 가장 싸다"
분양가는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여파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의 경우 지난 3월 151.11로 올해들어 3개월간 1.7% 상승했다. 부동산R114가 새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원으로 지난해 대비(1521만원) 11.7% 뛰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분양가는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도 한 몫 했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대거 해제된 가운데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고분양가 관리지역도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정부서 정한 기준에 의해 가격을 통제한다. 현재는 서울 4곳(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불과하다. 한때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 지방 대도시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었다. 사실상 분양가 심의·결정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온 셈이다. 지자체별로 공무원, 교수,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사 한 임원은 "지자체별로 통일된 심사 기준이 없다 보니 일부 시·도의 경우 건설사가 제시한 분양 가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며 "예전보다 토지비·금융비용 등을 폭 넓게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