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대상에 깡통전세 피해자도 포함해야"
2023.05.29 18:50
수정 : 2023.05.29 18:50기사원문
시민단체 '세입자 114' 센터장인 이강훈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사진)는 2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전세사기와 깡통전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전세사기특별법이 발의 28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깡통전세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여전히 미비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센터장 외에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을 겸임하며 주택세입자 권리 옹호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경공매에서 피해자 구제 방안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법 적용 대상을 좁힌 것과 소극적인 지원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잘한 것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 활용· 조세 채권 안분 등이 있다"면서도 "전세사기 피해자들만 구제하겠다면서 깡통전세 피해자들을 제외한 것과 최우선 변제금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재정지원이 아닌 대출지원을 내놓은 것은 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깡통전세 포함해야 신속한 구제 가능"
이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려면 깡통전세 피해자들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전세사기특별법은 △보증금 5억원 이하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 발생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 등 법이 규정한 4가지 유형에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집을 가진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해 문제가 생기는 '깡통전세'는 이 4가지 유형에 해당되는지를 따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피해자 구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라도 수사를 거쳐 전세사기 입증이 가능할 때까지 일반적인 깡통전세와 다른 사기 사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피해구제가 늦춰져 경매가 진행되고 전세 대출을 다 갚지 못하고 파산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깡통전세 피해자도 집단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동일한 주거 위기를 겪게 된다"면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를 구분해 피해 지원 여부를 달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증금 채권·선순위 저당권 채권 공공이 매입해야"
이 변호사는 전세사기 특별법 추가 개정방안도 제안했다. 공공기관이 보증금 채권 및 선순위 저당권 채권을 매입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공공기관이 피해자로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자 지위를 양도받고, 피해자 대신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방안이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공공기관이 경공매를 거쳐 전세 보증금을 회수한 뒤 임차인에게 지급하면 된다.
당초 야당 측에서 전세보증금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선 지원·후 구상권 행사'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전세사기 외 다른 사기 사건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선을 그었다.
이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선순위 저당채권을 매입하는 비용과 공공기관의 적정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피해 임차인에게 몰아주는 방식을 법률에 규정되면 임차인에게 돌아갈 금액이 훨씬 커진다"며 "이 과정에서 임차인의 거주도 유지할 수 있어 주거를 안정화하고 공공복지 재원 투입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중 최우선 변제금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는 최우선 변제금과 회수금의 차액을 주거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세시장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전세대출과 보증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전세가격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게 된 첫 번째 원인 중 하나인 전세대출과 보증제도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며 "전세대출과 보증제도의 비율을 줄여야 대규모 깡통전세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