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맞나...대구퀴어축제가 불러온 '도로점용 허가' 논란
2023.06.20 16:33
수정 : 2023.06.20 16:33기사원문
■경찰·대구시 갈등 격화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대구시 공무원들은 대구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이 행사 무대를 설치하려 하자 불법 도로점용이라며 막아섰다.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행사 다음날인 지난 18일 자신이 페이스북을 통해 "집시법 시행령 12조에 주요도시 집회·시위 제한 구역이 명문화돼 있고 이번에 문제 된 동성로도 집회·시위 제한 구역"이라고 지적하는 글을 올리면서 관련 법령 해석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집시법 시행령 12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요 도로'에서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행사가 열린 대구 동성로는 '주요 도로'에 포함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의 도로점거를 제한할 수 있는 주체는 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관할 경찰청장인 데다 반드시 금지·제한해야 하는 의무조항도 아니다.
지자체에 도로점용 허가 권한을 부여한 법령이 없는 건 아니다. 도로법 61조를 보면 공작물·물건 등 시설을 신설·개축하는 등의 사유로 도로를 점용하려면 도로관리청(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에서 등장하는 '시설'은 대통령령에 따라 전봇대, 우체통, 가로등, 상하수도관, 구두수선점, 버스표 판매대, 주유소·주차장의 출입로 등을 이른다.
임시로 설치되는 행사 무대를 도로법상 '시설'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게다가 도로법 61조를 집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를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7월 일반교통방해죄 사건에서 "헌법이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고 집시법이 집회 신고 시 따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집회 참가자가 점용할 것으로 예정된 장소에서 집회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으로 인정되면 규제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적법 집회, 점용 허가 필요 없어"
법조계에서는 적법한 집회 시위라면 점용 허가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자체의 행정활동 역시 불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회 시위는 생각보다 넓은 범위범위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상 원칙"이라면서 "대법원의 판례 또한 집회 시위 과정에서 일어나는 도로 점용은 집회 시위 범위 내에 허가된다는 것이 요지이다. 결과적으로 집회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도로 점용은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집시법 상 규정에서 경찰이 판단하도록 돼있다면 당연히 경찰이 판단해야 한다"며 "도로법은 건물과 관련된 법이라 적용이 어렵다. 집시법이 경찰 권한에서 벗어난다면 각 단체별로 행정소송을 통해 권한 확인을 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곽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장이나 공무원이 법을 지키라고 권유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김동규 기자